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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11. 두오모박물관 (Museo dell’Opera del Duomo)
09/04/18  

두오모박물관은 1296년에 대성당 건축을 지원하기 위해 피렌체 공국이 설립한 오페라 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Opera di Santa Maria del Fiore)에 속한다.  오페라 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는 두오모박물관,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과 브루넬레스키의 돔, 산타 레파라타 납골당, 산 조반니 세례당, 조토의 종탑, 그리고 역사 박물관 등을 포함한다. 두오모광장에 다 함께 모여 있기 때문에 둘러 보기가 쉽다. 하지만 자세히 다 보려면 며칠이 걸려도 모자랄 것이다. 우리는 두오모 쿠폴라와 조토의 종탑에 올라 가보고, 대성당의 건축 과정 기록과 대성당에 속하는 미술품을 전시해 놓은 두오모박물관을 우선 둘러 보기로 결정했다.

 

아침 식사 후에 R과 나는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노란색 건물 두오모박물관에 입장했다. 입장하면 바로 거대한 전시실이 나오는데 삼층 건물 높이쯤 되는 높고 넓은 공간이다. 바로 이 전시실에 ‘천국의 문 (La Porta del Paradiso)’ 실물이 있다. ‘천국의 문’은 1401년에 산 조반니 세례당 동쪽 입구를 장식할 청동 조각문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을 공모했을 때 당시 21세의 로렌조 기베르티가 당선되어 21년에 걸쳐 완성한 대 걸작품이다. 기베르티가 조각문을 완성했을 때 문의 위치는 동쪽에서 북쪽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 청동 조각문은 ‘세례당 북문’ 이라고 불린다. 두오모 광장에 있는 세례당 북문은 복제품이고, 실제 기베르티가 만든 진품 북문은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은 르네상스 미술사를 배울 때 가장 처음 접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그 작품이 거기에 실제로 있고, 실물이 사진보다 압도적으로 웅장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에 잠시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이 밀려 왔다. 그야말로 ‘눈이 멀 것 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문을 장식하는 28개의 가로 세로 31 인치 정사각형 청동 조각판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부조로 묘사했는데 그 정교함에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  세례당으로 들어가기 위해 그 장엄한 문을 통과해야 했던 6백년 전의 사람들은 신에 대한 경외심으로 고개도 못 들었을 것 같았다.

 

“엄마, 계속 움직여야 해. 멈추면 다 못 봐!” ‘천국의 문’ 앞에서 천국에 들어간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엄마를 R이 잡아 끌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R 과 함께 부지런히 박물관 안을 돌았다. 도나텔로의 ‘참회하는 막달레나’ 상을 보았고, 미켈란젤로가 조각한 또 하나의 피에타를 보았다. ‘반디니 피에타’ 라고 불리는 이 조각은 원래 미켈란젤로가 72세에 자신의 묘에 세우려고 만들었다고 한다. 그가 이십대일 때 조각한  바티칸의 오리지널 피에타에 비해 그의 노년에 나온 ‘반디니 피에타’는 슬픔과 절망, 혼란과 체념, 모순과 모호함이 가득한 신비로운 작품이었다. 

 

두오모박물관의 3대 걸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천국의 문’, ‘참회하는 막달레나’, 그리고 ‘반디니 피에타’를 본 후, 나머지 미술품들은 양이 너무 많아 휙휙 지나다시피 하며 둘러 보았다.  끝없이 이어지며 진열된 미술 작품들 속에 피렌체 공국을 일으켰던 메디치 가의 명성, 부와 권력이 가감없이 느껴졌다.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완성하기까지 과정과 가장 주안점이었던 돔, 쿠폴라를 쌓아 올리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주는 기록관도 대단했다.  당시 건축 연장을 전시하고 공사 현장을 재현한 전시관도 있었는데 5백년 전에 도대체 어떻게 그런 거대한 건물을 지어 올릴 수 있었는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두오모광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 했고, 그동안 거리의 예술가들이 나타나 광장 바닥에 색 분필로 대형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르네상스 미술의 본산지답게 그들이 그리고 있는 그림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성모 마리아’ 등 명화들이었다. 우리는 길거리의 명화를 감상하면서 숙소 쪽으로 향했다. 무리한 오전 일정으로 너무 피곤해 숙소로 돌아가 잠깐 낮잠을 자기로 했기 때문이다. 숙소가 가까우니 가능한 일이었다.

 

가는 길에 유명한 피렌체 자수와 레이스를 파는 고풍스런 수예점들을 보았다. 하얀 면 침대보, 식탁보, 냅킨 등에 갖가지 꽃과 과일들이 섬세하게 수놓여진 아름다운 수예품들을 보면서 R이 시집갈 때 피렌체 자수 제품을 준비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먼 훗날 딸의 결혼 예물을 꾸미며 공상에 빠져 있을 동안 실용적인 R은 부지런히 길을 찾아 엄마를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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