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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6 빨간 이층 버스
04/23/18  |  조회:220  

  1. 빨간 이층 버스

 

짐을 풀어 대강 정리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생각해보니 아침에 비행기에서 식사를 한 후 아무 것도 먹은 것이 없었다. R도 점심을 걸렀다고 한다. 밖으로 나가 뭔가 먹기로 했다. R이 ‘야우차’라는 중국집에 가서 딤섬을 먹자고 했다. 영국에 와서 첫 식사로 중국음식을 먹어야 되냐고 하니, 평범한 중국집이 아니고 아주 유명한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친구들과 한 번 가서 먹었는데 가격이 비싸 마음대로 못 먹었다면서 엄마가 왔으니 맛있는 것을 좀 실컷 먹고 싶다는 것이다.

 

가방에서 검은 코트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캐시미어 스웨터까지 입었다. 밖으로 나가니 오후의 햇살이 아직 있는데도 바람이 불어 아주 추웠다. ‘야우차’까지 가려면 버스를 타야 하고, 버스를 타려면 우선 ‘오이스터 (Oyster)’ 카드를 먼저 사야한다고 R이 말했다. 아무 것도 모르니 R 만 따라다녀야 한다.

 

 ‘오이스터’ 카드는 런던에서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 교통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이다. 요금을 미리 적립하고 사용한다. 런던에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는 가까운 지하철 Old Tube Station까지 부지런히 걸어갔다.  R과 발을 맞춰 걸으려면 거의 뛰어야 했다. 왜 이렇게 급하게 가냐고 한 마디 하려는데 가만히 보니 길에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빨리 걷고 있었다. “엄마, 런던에서는 빨리 걸어야 돼. 안 그러면 사람들하고 부딪혀.” 어딘지도 모르는 길을 R 을 따라10여 분 걸어가 지하철역 밑으로 내려갔다. 엄청난 인파가 엄청나게 빠른 걸음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오이스터 카드를 샀다. 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지하철 밖으로 나왔다. 드디어 런던의 빨간 이층 버스를 타게 되었다. 버스를 기다리는데R 이 주의를 준다. “엄마, 버스를 타면 우선 카드를 결재한 다음에 아무거나 무조건 붙잡아. 버스 손잡이나 좌석이나 꼭 무엇이든 잡아야 해, 알았지?” 이제 다 컸다고 엄마를 아기 취급하는구나 생각하며 속으로 웃었다.

 

우리가 기다리는 번호를 달고 빨간 이층 버스가 왔다. 사람들이 내리고 우리가 탔다. 생각보다 넒은 입구에 운전기사는 잘 보이지 않고 유리창에 카드 판독기가 달려 있었다. 카드를 갖다 대니 삑 소리가 난다. 바로 앞에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다. “이층으로 올라가자” 신나게 말하며 계단으로 올라서는 순간, 버스가 출발하면서 앞으로 심하게 쏠렸다.  나는 그만 계단 밑으로 나동그라졌다. “엄마!” R이 비명을 질렀다. 승객들이 다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버스 방송으로 운전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까만 코트 입으신 숙녀분,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계단 레일을 꼭 붙들고 올라가세요.” 화끈거리는 얼굴로 재빠르게 이층으로 올라가 맨 앞 좌석에 숨듯이 앉았다. 그리고R 과 둘이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다.

 

이층 버스는 차체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출발할 때 쏠림이 심해서 뭔가 붙들지 않으면 넘어질 수 밖에 없다고 R 이 설명했다. 몸으로 겪었으니 다시는 넘어질 일 없을 것이다.

이층 버스 유리창 너머로 5월 오후의 런던이 훤하게 내려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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