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이 되었다 (I Am Become Death, Shatterer of Worlds c. 2006)
09/10/18  

다미엔 허스트 (Damien Hirst 1965 -)

(캔버스에 나비와 유광 도료 213.4 cm x 533.4 cm 개인 소장품)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되었다. 일본은 무조건 항복했고,  제 2차 세계대전은 끝났다. 그 원자폭탄을 개발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heimer)는 뉴멕시코에서 진행된 시험 폭발에서 인류 역사상 최초로 터진 원자폭탄의 버섯 구름을 목격하며 힌두 경전 ‘바가밧드 기타 (Bhagavad Gita)’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이 되었다.’

 

 오펜하이머의 회한에 찬 독백을 제목으로 차용한 이 작품은 영국 작가 –화가라고 하기에는  그의 작품들이  정통적인 그림에서 한참 벗어났기에 – 다미엔 허스트의 2006년 작품이다. 가로 5. 3 미터, 세로 2.1 미터의 작품 앞에 선 작가의 모습을 보여주는 까닭은 이 작가가 발표하는 작품마다 격렬한 논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허스트의 대표적인 작품은 포르말린 액에 넣어 전시한 거대한 상어, 역시 포르말린 액에 넣어 전시한 어미 젖소와 송아지, 1,106.18 캐럿에 달하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인간의 해골 등, 미술의 개념을 극한으로 밀어 부치는 문제작들이다. 그의 작품에 흐르는 일관된 주제는 ‘죽음’이며,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신선한 충격을 주는 그의 작품들은 천문학적인 액수에 팔려나가 허스트는 53세의 나이에 이미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다.

 

허스트는 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살아 있는 나비 2,700 마리 이상을 죽였다. 그 나비들의 형형색색 날개가 생생하게 보이기 위해 유광 도료를 사용해 나비를 박제하 듯 캔버스에 만화경 패턴을 그리며 붙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재탄생’, ‘변신’을 상징하는 수천 마리 연약한 나비의 목숨은 허스트의 손을 거쳐 마치 불교의 만다라같이 화려함과 정교함이 극치를 이루는 아름답고 장엄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나는, 세계의 파괴자, 죽음이 되었다’는 ‘바가밧드 기타’에서 죽음의 신이자 창조의 신이기도 한 크리슈나가 한 말이다. 죽음은 창조를 낳고, 창조는 죽음으로 치달으며 온 세상은  큰 원을 그린다. 나비의 죽음이 한 예술가에 의해 창조적인 작품으로 거듭 난 것도 그 종교 철학에 해당할 수 있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 이 놀라운 작품을 보면서 그 과정에 있었던 가공할 규모의 죽음을 무시할 수 없기에 마음이 편치 못했다.

 

허스트는 예술이란 궁극적으로 죽음과 창조의 놀이와 맥이 닿아 있다는 관념론적 견해를 피력하고 싶었던 것일까, 아니면 그는 단순히 명성과 부를 추구하는 배포 큰 예술 장사꾼일까? 카메라를 노려보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그에게 물어보고 싶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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