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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08/08/22  

다 그럽디다.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능력 있다고 해서 하루 밥 열 끼 먹는것도 아니고, 많이 배웠다 해서 남들 쓰는 말과 다른 말 쓰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발버둥 치고 살아 봤자 사람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다 거기서 거깁디다.

백 원 버는 사람이 천 원 버는 사람 모르고 백 원이 최고인 줄 알고 그 사람이 잘 사는 겁디다. 길에 돈 다발을 떨어뜨려 보면 개도 안 물어 갑디다. 돈이란 ‘돌고 돌아서 돈!’입디다. 많이 벌자고 남 울리고 자기 속상하게 살아야 한다면 벌지 않는 것이 훨씬 낳은 인생입디다. 남의 눈에 눈물 흘리게 하면 내 눈에 피 눈물 난다는 그 말 정말입디다. 내 것 소중한 줄 알면 남의 것 소중한 줄도 알아야 합디다. 네 것 내 것 악 쓰며 따져 봤자 이 다음에 황천 갈 때 관속에 넣어 가는 거 아닙디다. 남녀 간에 잘났네 못났네 따져 봤자 컴컴한 어둠 속에선 다 똑같습디다. 네 자식 내 자식 따지지 말고 그저 다같은 내 새끼로 품어 키워내면 이 세상 왔다간 임무 완수 하고 가는 겁디다. 거둘 노인이 계시거들랑 정성껏 보살피며 내 앞날 내다보시기를. 나도 세월이 흘러 늙어 갑디다. 어차피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 그 세상 원망하며 세상과 싸워 봤자 자기만 상처 받고 사는 것. 이렇게 사나 저렇게 사나 자기 속 편하고 남 안 울리고 살면 그 사람이 잘 사는 겁디다.

욕심! 그거 조금 버리고 살면 그 순간부터 행복일 텐데, 뭐 그리 부러운 게 많고 왜 그렇게 알고 싶은 게 많은지 전생에 뭘 그리 잘 먹고 살았다고 그렇게 발버둥 치는지 내 팔자 참 안 됐습디다. 천진난만하고 예쁘게 웃던 입가에는 어느덧 싸구려 미소가 자리잡고 있고 적당히 손해보고 살던 내 손에는 예전보다 만 원 몇 장 더 들어 있습니다. 그 만 원짜리 몇 장에 그렇게도 예쁘던 내 미소를 누가 팔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도매로 넘겨 버렸습디다. 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럽디다.
좋은 침대에서 잔다고 좋은 꿈 꾼답디까? 아닙디다.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깁디다. 남들도 다 그렇게 살아들 갑디다 내 인생인데 남 신경 쓰다 보니 내 인생이 없어 집디다. 어떻게 살면 잘 사는건지, 잘 살아 가는 사람들은 그걸 어디서 배웠는지 안 가르쳐 줍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다가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나고 정말로 기쁘고 유쾌해서 크게 웃어본 지가, 그런 때가 있기는 했는지 궁금해 집디다. 알수록 복잡해지는 게 세상이었는데 자기 무덤 자기가 판다고 어련히 알아지는 세상 미리 알려고 버둥거렸지 뭡니까. 내가 만든 세상에 내가 질려버립디다.

알아야 할 건 왜 끝이 없는지 눈에 핏대 세우며 배우고 배워가도 왜 점점 모르겠는지 남의 살 깎아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남보다 나은 줄만 알았는데, 돌아보니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둘러보니 이제껏 내 살 내가 깎아먹고 살아왔습디다. 그럽디다.

세상 사는 일 다 그렇고 그럽디다. 왜 그렇게 내 시간이 없고 태어나 살아가는 게 죄란 걸 뼈에 사무치게 알려 줍디다. 망태 할아버지가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무서워하던 그 때가 행복했습디다. 엄마가 밥 먹고 ‘어여가자’ 하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물 마른 밥 빨리 삼키던 그 때가 그리워집디다.
남들과 좀 틀리게 살아보자고 바둥거리다 보니 남들도 나와 같습디다. 모두가 남들 따라 바둥거리면서 지 살 깎아먹고 살고 있습디다.
잘 사는 사람 들여다 보니 잘난 데 없이 잘 삽디다. 많이 안 배웠어도 자기 할 말 다하고 삽디다 인생을 산다는 것이 다 거기서 거깁디다. 그저 허물이 보이거들랑 슬그머니 덮어주고 토닥거리며 다독이며 둥글게 사는 게 인생입디다.

관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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