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여인 (The Sick Woman c. 1665)
09/24/18  

얀 스틴 (Jan Steen 1626 – 1679)
(캔버스에 유채 76 cm x 64 cm 네델란드 국립미술관,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델란드 국립미술관 (Rijksmuseum)에는 렘브란트나 루벤스 같은 거장의 명화들도 많지만, 풍속화가들의 재미있는 그림도 많다. 얀 스틴은 17세기 네델란드 황금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중의 하나로, 그 시대 사람들과 그들의 생활을 자세히 묘사한 풍속화로 유명하다.



그가 즐겨 그린 주제 중의 하나가 ‘병든 여인’ 혹은 ‘병든 소녀’이다. 병이 들어 축 늘어져 있는 여인이나 소녀가 등장하고, 요란한 의상을 입고 왕진 온 의사가 한 명, 그리고 간혹 옆에서 무심하게 들여다 보고 있는 하녀나 강아지가 나온다. 1665년에 그려진 이 그림에는 젊은, 그러나 성숙한 여인이 의자에 힘없이 앉아 테이블 위 베개에 얼굴을 얹고 집으로 왕진 온 의사에게 진찰을 받고 있다. 그녀는 어디가 아픈 것일까? 베개 위 분홍색 얼굴은 열에 들떠 있지만 한 눈에 봐도 중병은 아닌 것 같은데 그녀는 왜 아플까? 감기? 과로? 스트레스? 아니면 혹시 임신?



의학이 발달하지 못 했던 17세기 네델란드에서는 여자들이 병이 나면 대부분 ‘신경증’ 혹은 ‘히스테리’라는 진단이 내려지곤 했다고 한다. 원인은 ‘상사병’, 치료법은 ‘애인과 잠을 잘 것’. 이 기발한 진단과 치료는 혈기 왕성한 젊은 여인들에 의해 자주 악용되었고, 점잖게 왕진 와서 본의 아니게 애인들의 연애를 도와 주고 마는 ‘돌팔이 의사’들은 놀림감이 되곤 했다.



황금색과 바로크 적인 화려한 색채로 그려진 실내에 화면의 정중앙에 배치된 여인의 아픈 사람치고는 지나치게 발그레한 얼굴에 살포시 미소가 떠 오르고 있다. 그에 비해 너무도 진지한 의사의 얼굴은 딱하게 보이기만 한다. 그림 속에서 의사는 엉터리에 바보가 되어 버렸는데, 이런 풍속화를 열심히 사 들인 주요 고객은 당시 개업 의사들이었다고 하니 참 뛰어난 유머 감각의 소유자들이었다.



이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 얀 스틴은 17세기 네델란드 서민들의 생활을 실감나게 그려 평판을 얻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아내와 함께 선술집을 직접 경영했기에 매일매일 벌어지는 서민 삶의 드라마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은 당시 네델란드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가감없이 펼쳐 보이면서도, 따뜻한 애정의 시선과 품격을 잃지 않아서 들여다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 난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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