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돌보는 자비심이 불국토
10/31/22  

유수와도 같은 세월의 길목 담벼락에 서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인생이 도대체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어차피 사는 세상이라면 제대로 살아보자는 생각합니다. 오늘은 여러분들과 어차피 사는 세상 잘 사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인연을 잘 가꾸자.
연예인이나 정치인 중에서도 불자라고 하면 훨씬 더 친근감이 있고 안볼 것도 더 보게 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많은 인연의 그물을 치고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더욱 그럴 것입니다. 오늘같이 법회가 있는 날이면 절에 나와서 나와 인연 있는 이웃들도 챙기게 되고 가족의 건강이나 소원도 챙기게 되고 가정의 평화도 발원합니다. 그 마음이 간절하면 할수록 부처님 가피가 반드시 상응할 것입니다.
살아있거나 죽었거나 우리가 인연 닿은, 그리고 인연 짓고 있는 사람들을 잘 챙기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복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인연복입니다. 인연의 복은 가꾸기 나름입니다. 거기서 수확되는 것에 따라 인연되는 사람들의 모양이 달라집니다. 나와 이생에서 여러 인연으로 만난 이들에게 정성을 다하고, 그들의 행복을 발원하는 것은 나 스스로 성장하고 행복해지는 첫 번째 길입니다.

두 번째는 어려운 사람도 돌보며 살자는 것입니다.
‘어렵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네 가지 고통(四苦)으로 나누는데 사고(四苦) 가운데 으뜸 즉 생로병사(生老病死)의 으뜸은 생(生)입니다.
태어났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겪게 되는데, 그 중에서 가장 실감나는 고통은 병고입니다.아프면 모든 것이 귀찮아집니다. 어떻게 하면 좀 아프지 않을까에 대해서 많은 인간이 고뇌하고 연구하지만 사실 해결방법이 잘 없습니다.
부처님도 “고통에 처한 사람, 특히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은 보살행이자 부처님을 돌보는 일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우리가 인연 닿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다 보면 자연히 어려운 사람도 돕고 사는 너그러움과 자비심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불국토 건설의 기본 바탕이 되는 마음입니다.

세 번째 불국토 건설에 동참을 하자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서는 불국토가 건설되지 않습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불교가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강변의 돌덩어리가 되느니 차라리 쇠똥 위의 말똥구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숨 붙어서 돌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런데 불교가 마치 박제나 화석인 것처럼 가만히 있는 것이 능사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은 불교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방향을 못 찾는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중국 청도에 법당을 개원한다는 소식을 발표했더니 그곳에서 몇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영남불교대학 신도들의 원력으로 청도 신도들의 소원을 들어주어 감사합니다.
현재 청도에는 한국인이 10만 명 정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열다섯 곳이나 되지만 절다운 절은 한 곳도 없어서 신도의 아파트에서 매주 일요일 법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중국 당국의 통제 속에 미약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중략) 마음 놓고 절할 수 있는 기도 도량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의 불자들은 아주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국토 건설에 한 일원으로서 동참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좋은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셔야 합니다. 법당이 하나 개원할 때마다 한 부처님이 출세하시고, 그 일대 모든 사람들에게 불심이 싹튼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연을 잘 가꾸고, 어려운 사람 돌보고, 불국토 건설에 동참하는 일은 각각 따로 행해지는 일이 아닙니다. 내 주변을 잘 돌보고 그네들을 돕다 보면 자연히 자비심이 생기고, 그 마음에서 힘이 생겨 결국 불국토로 연결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주변자리를 잘 관찰해보시고, 무엇이 진정한 삶인지를 가슴깊이 새기시길 바랍니다.

우학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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