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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부 (La Blanchisseuse c. 1886)
10/01/18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 (Henri de Toulouse-Lautrec 1864 – 1901)
(캔버스에 유채 93 cm x 75 cm 개인 소장품)


‘목로주점’ 이라는 프랑스 장편소설이 있다. 프랑스 사실주의 작가 에밀 졸라가 썼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 노동 계급 사람들의 삶을 적나라하고 실감나게 그려 내어 에밀 졸라를 단숨에 당대 최고의 작가로 만들어 준 작품이다. 소설의 주인공은 제르베즈라는 세탁부이다. 시골에서 파리로 상경한 그녀의 소박한 성공과 비참한 몰락을 그렸다.



에밀 졸라의 묘사력이 얼마나 뛰어났던지 소설을 읽다 보면 그 장면 하나하나가 눈 앞에 명확하게 그려질 정도였다. 주인공 제르베즈가 아는 사람 같았고, 만약 그녀를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알아볼 것 같았다. 그래서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렉이 그린 이 그림을 보았을 때 무조건 이 세탁하는 여인이 제르베즈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당시 파리의 뒷골목에서 일하던 수 많은 제르베즈 중의 한 명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로트렉은 후기 인상파의 대표적인 화가 중 한 명이었다. 사실적이고 정확한 드로잉에 기반해 화려한 색채로 생동감 있는 화면을 창조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서커스나 술집 등에서 일하며 하루살이처럼 살아가는 파리의 서민과 빈민층 사람들이었다. 로트렉은 고되고 비정한 현실 속에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무한한 이해와 공감으로 그들의 모습을 화폭에 그려 냈다.



사회의 어둡고 추운 구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은 화가 로트렉 자신의 불우한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유전병으로 인해 13세에 두 다리가 부러진 후 더 이상 자라지 않아 로트렉은 상체는 어른이나 하체는 어린아이의 몸을 가진 난쟁이가 되고 말았다. 부모님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타고난 미술적 재능을 개발해 유명한 화가가 되었으나 신체적인 결함과 건강문제는 그의 평생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되었다.



장애와 상처를 지닌 그가 가지지 못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자 했던 노력은, 에밀 졸라가 펜으로 그들의 삶을 그려냈던 것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 하겠다.



혹독한 노동의 시간 속에서 잠시 허리를 펴고 숨을 돌리는 듯한 세탁부의 옆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로트렉은 그녀의 시선이 빛이 들어오는 창문으로 향하게 해 앞날에 대한 희망을 암시하도록 했다. 참 따뜻한 미술적 배려이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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