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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몸의 관리자일 뿐입니다
10/01/18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도 있습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입니다.그렇다면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을까요?

 

무엇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직면한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에 대한 애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 및 과거에 대한 회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애착과 회한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된 것일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에 대한 애착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몸에 내가 있다는 것, 한 마디로 ‘나의 몸’이라는 소유의식이 머리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몸은 본래 내 것이 아닙니다. 진정으로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내 마음과는 달리 몸은 늙거나 병들고 죽어갑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 나의 소유가 될 수 있단 말입니까? 몸뚱이가 자신의 소유라는 생각은 한 마디로 착각일 뿐입니다.

 

나는 단지 몸의 관리자일 뿐입니다. 임시로 관리를 맡아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가꾸어주느라 바쁜 세월을 보냅니다. 그러다보니 몸뚱이 시중드느라 바빠 ‘참 나’를 돌아볼 겨를조차 없습니다.

 

그토록 애써서 먹여주고 입혀주고 재워주고 좋은 모습 보여주고 좋은 소리 들려주느라 최선을 다하지만,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어찌하지 못합니다. 죽음이란 이렇듯 임시로 맡았던 몸뚱이의 관리시효가 다해가는 것뿐입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얼마나 개운한 일입니까?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놓아두고 떠나라 한다면 무척 서운할 것입니다. 당연히 미련이 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언가를 관리하고 있다가, 그것을 놓아두고 떠나라 한다면 그다지 서운할 까닭이 없습니다. 미련 없이 떠날 수가 있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소유자에게는 애착이 있기 때문에 미련이 남는 것이고 관리자는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련이 남지 않습니다.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는 관리하는 과정에서 관리물에 애착을 두어서는 안됩니다. 그래야 홀가분한 심정으로 떠날 수 있습다. 떠날 때가 되면 그냥 떠나면 됩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몸뚱이뿐 아니라,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집, 재물 심지어는 자신의 마음조차 소유했던 것이 아니라 관리했을 뿐입니다. 내 가족도 금생에 가족일 뿐입니다. 내생에는 또 다시 어떤 인연이 되어서 만나게 될 지 아무도 알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금생에 못 다한 인연이나 한스러운 사연에 대해서도 너무 애달파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실 삼라만상에 못 다한 인연이란 없습니다. 그러므로 억울한 죽음도 없습니다. 이 우주는 항상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돌아가고 있고 그런 사실을 믿어야 합니다. 인과의 법칙에 오류란 없습니다. 금생과의 연이 다 했으니 가는 것뿐입니다. 다만 지어놓은 업에 따라 또 다른 몸을 받으러 떠나는 것뿐입니다.

 

영가를 위해 베풀어주는 말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습니다.

 

實相異名 진실한 모습은 이름을 떠났으며,

法身無跡 본 마음 참 나는 자취가 없지만

從緣隱現 연(緣)따라 숨거나 나타나는 것이

若鏡像之有無 마치 거울에 비춰진 형상과 같으며,

隨業昇沈 업(業)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如井輪之高下 마치 두레박 줄이 오르고 내림과 같아서,

妙變莫測 오묘한 변화는 측량할 수가 없습니다.

 

참 나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이름이 아닙니다. 그것은 금생에서의 이름일 뿐입니다. 전생에서는 다른 이름이었고 내생에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것입니다. 어떤 것이 진짜 나의 이름이란 말입니까?

참 나는 자취도 없습니다. 지금의 몸은 금생에서의 몸일 따름입니다. 전생에서는 다른 몸이었고 내생에는 또 다른 몸을 받을 것입니다. 당신의 진짜 몸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월호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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