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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부리게 하는 전화 (마태 5:38-48 (가))
02/06/23  

얼마 전에 친구로부터 잘못 걸려온 전화가 온 집안을 불쾌하게 만든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회사 일 때문에 늦게 퇴근한 아버지께서는 밤새 주무시지 않으시고 서류를 정리하셨습니다. 그래도 마음이 놓이시지 않는 듯 일찍 출근하기 위해 아침밥을 재촉했습니다. 바로 그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외상값을 독촉하는 잘못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전화를 거는 쪽에서는 상대방을 확인도 하지 않고 다짜고짜 외상값 독촉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경이 곤두서 있는 아버지는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이 전화가 있은 후 아침 식사가 별로 늦어진 것도 아닌데도 큰 소리가 오고 갔습니다. 따라서 어머니도 기분이 상했습니다. 큰아들이 용돈을 달라는 것이 그날 따라 더 성가시게 느껴지셨는지 또 큰 소리가 났습니다. 큰아들은 둘째 녀석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산수 문제를 보아 달라는 것이 못마땅해서 야단쳤습니다.
둘째는 막내가 자기 노트를 흩어 놓았다고 또 야단입니다. 이제 막내는 투덜거리며 마당으로 내려갔습니다. 이때 막내는 강아지가 지나가는 것을 걷어찼습니다. 결국 잘못 걸려온 전화 때문에 강아지가 ‘깨갱’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으로 일이 끝났지만 모두의 기분은 퍽이나 상해 있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몇 가지 결론을 얻게 됩니다. 먼저 잘못 걸려온 전화로 이런 엄청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께서 꾹 참으셨으면 될 뻔했습니다. 그렇지 못했다면 어머니라도 참으셨다면 아이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복음의 말씀은 5장 38-42절과 5장 43-48절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첫째 부분의 말씀을 살펴 봅시다. 악을 행하는 사람에게 보복을 했다고 합시다. 이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불러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라는 보복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나 한 사람이 참고 견딤으로써 또 다른 보복의 상처를 내지 않는 것이 참된 사랑입니다.

43절부터 48절까지 둘째 내용은 보복하지 않는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여러분은 박해하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원수까지도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 이야기에서 전화를 잘못 건 사람까지 이해하고 그를 나무라지 않는 작은 일 역시 사랑의 분열을 막는 큰일이라 생각됩니다.

잘못 걸려온 전화 때문에 가정이나 회사나 학교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생겼다면 이것이 사랑의 분열을 조장하게 됩니다. 이러한 사실을 우리가 의식하고 있을 때 우리를 박해하는 원수를 위해서 무슨 큰일부터 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에서 시작하여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보복하지 않고 작은 일에도 사랑의 분열을 종식시키려고 노력하는 자에게 예수님은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아들이 될 것입니다”라는 약속의 말씀을 들려주십니다. 작은 일에서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는 영광을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그리스도 신자가 아니더라도 그렇게 할 줄 압니다. 하느님을 믿지 않는 형제들까지도 같은 형제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작은 사랑의 실천은 원수까지도 사랑하며 박해하는 자를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사랑의 원동력인 것입니다. 우리는 사소하고 작은 일에서 사랑이 깨어지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그 영향은 순식간에 우리 모두에게 전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소한 감정으로 인하여 마음이 상했던 바를 다 용서하고 이해함으로써 보복의 씨앗을 없애버려야 합니다. 이로써 사랑의 분열을 종식시키고 진정한 사랑으로 모든 이들과 화합해야 합니다. 사소하고 작은 사랑의 분열을 종식시키자는 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항상 이웃에게 기쁨을 줄 수 있게 됩니다.
항상 주위 형제와 이웃에게 사랑의 분열을 종식시키는 모범을 보여 주도록 노력합시다.

이용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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