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의 사무실 (Office in a Small City c.1953)
10/08/18  

에드워드 하퍼 (Edward Hopper 1882-1967)
(캔버스에 유화. 71 x 102 cm.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어디인지 알 수 없는 도시의 사무실. 햇빛이 정면으로 들어오는 넓은 창 앞에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데스크 앞에 앉아 있지만 일을 하고 있다기 보다는 창 밖을 내다보며 상념에 잠긴 듯 보인다. 넓게 트인 시야, 파란 하늘, 앞으로 보이는 건물들, 잘 어우러진 풍경 같다. 그러나 사실은 빌딩의 숲에 갇힌 콘크리트의 벽이다. 남자 외에는 다른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숨이 막힌다. 옆모습만 보이며 꼼짝 않고 앉은 남자의 심정이 그대로 느껴진다.



에드워드 하퍼는 20세기 중반에 활동한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이다. 1920년대에 유럽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했는데 특이하게도 유럽 모던 아트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았다. 파리에서 공부하면서도 피카소의 이름을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다고 말할 정도이다. 미국으로 돌아 온 후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한다. 사실을 묘사하는 구상화를 고집하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눈으로 본대로 가감없이 정직하게 그린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는데, 감정과 드라마가 일체 배제된 그의 그림들은 도리어 풍부한 작품 해석을 가능케 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산업화 되고 도시화 되어 가는 미국의 모습을 삭막하게 그려냈고, 그 속에 고독과 소외를 느끼는 현대 미국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도시가 어디인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남자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도 궁금하지 않다. 첩첩이 들어선 건물들을 내려다보며 말없이 앉아 있는 남자의 모습은 일상의 무게에 짓눌리다 잠시 피곤한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차가운 콘크리트는 정녕 그의 감옥일까? 아니다. 이토록 황량한 그림을 보면서 마음 속에 이상한 희망이 솟아 오른다. 남자는 미지의 도약을 꿈꾸는지도 모른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비행물체의 조종석에 앉아 자유와 가능성을 약속하는 먼 하늘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허와 고독을 암시하는 에드워드 하퍼의 그림이 동시에 출구와 비전을 제시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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