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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Wanderer uber dem Nebelmeer)
10/15/18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 1774-1840)

(1818. 캔버스에 유화. 98.4 x 74.8 cm. 쿤스탈 미술관. 함부르크.)

 

한 남자의 뒷모습이다. 험한 바위 위에 우뚝 서서 안개로 뒤덮인 풍경을 내려다본다. 깊은 계곡, 거친 기암들, 절벽과 바위 능선, 희미한 산 봉우리들, 그리고 그 너머로 검은 산맥들이 안개 속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환상적인 풍경을 내려다보며 무슨 상념에 잠겨 있을까?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는 독일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풍경 화가였다. 독일의 낭만주의는 자연의 숭고함, 인간 내면의 고독감, 그리고 철학적인 심연을 표현했다. 장엄하고 숭고한 정신이 있지만 반면에 엄격하고 냉정 하기도 한 독일적 감성은 미술작품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프리드리히는 '화가는 단순히 눈 앞에 보이는 것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 안에 보이는 것도 그려야 한다. 만약 자기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눈 앞에 보이는 것도 그리지 말아야 한다'고 그림 속에 감성을 반영하는 자신의 예술관을 표현했다.

 

여기서도 프리드리히는 뒤돌아선 남자의 눈으로 본 풍경을 전달하고자 했다. 실제로 이 그림은 실재하는 장소를 묘사한 것이 아니라 프리드리히가 몇 년에 걸쳐 스케치한 풍경들을 합성해 화실에서 그린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 그림은 한 인간 내면의 풍경이다. 웅장하고 광활하나 신비하고 고독하다. 우수에 어린 시선이 떠도는 안개 바다는 인간이 대항할 수 없는 대자연을 의미할 수 있고, 인간이 예측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일 수도 있다.

 

뒤돌아 선 남자가 누구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있다. 휘날리는 붉은 머리로 보아 화가 자신의 자화상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후세의 사람들은 연대적으로는 맞지 않지만 철학자 니체의 초인이라고도 했고 작곡가 바그너의 이미지라고도 하는 등 위대함과 동시에 고독과 광기를 표출했던 인간상을 투영했다.

 

그림 속 남자의 뒷모습은 모든 인간의 뒷모습일 것이다. 하나의 자아가 온 세상과 마주한 그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막막한 시간과 공간 속에 설명할 길 없는 자신의 존재를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 실존적인, 너무나 실존적인 그 순간의 모습일 것이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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