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추성부도
10/22/18  

김홍도 (1745-1806?)

(산수화. 1805. 56.0 x 214.0 cm. 서울 삼성미술관 Leeum)

 

​"구양자가 밤에 책을 읽고 있는데, 서남쪽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섬찟하여 이를 듣다가 말했다. 참 이상도 하다. 느닷없이 솟구쳐 물결이 이는 듯하는 것이 마치 파도가 밤중에 일어나고 비바람이 갑자기 몰려오는 것만 같구나...... 내가 동자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네가 나가 살펴 보아라. 동자가 말했다. 달과 별이 환히 빛나고 은하수는 하늘에 걸렸습니다. 사방에 사람 소리도 없고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 내가 말했다. 아, 슬프도다! 이것은 가을의 소리구나. 어이하여 왔는가......?"

 

​조선의 천재 화가 김홍도는 중국 북송대의 문인 구양수의 산문시 '추성부'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구양수의 시는 가을 바람소리를 묘사하고 떨어지는 낙엽에서 우주만물과 자연의 섭리, 인생의 허망함을 읊었다. 사물의 형상 묘사와 논리 전개가 유려하고 감성과 이성이 잘 조합된 명문으로 평가받는다. 김홍도는 그의 회갑년 동짓날 삼 일째에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때는 그를 무조건적으로 후원하던 정조대왕이 49세로 승하한 지도 한참 되었고 낙향하여 경제적으로 어렵게 살던 그의 인생도 종착점으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전체적인 색감은 갈색이고 화면 가득 무거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가 감돈다.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차가운 보름달이 떠있고 수평으로 반복된 마른 붓질이 생명을 말리 듯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나타낸다. 구양수로 보이는 선비는 작은 집의 달창 옆 책상 앞에 앉아 있고 동자는 뜰에 서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학 두 마리가 하늘을 보며 우짖는다. 선비는 심란한 가을 소리에 책을 읽지도 못하고 착잡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화가가 타계하기 1년 전에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동그란 창 안에 들어 앉은 구양수의 모습에 자신을 실었던 것이 아닐까. 그림의 왼 쪽에는 구양수의 길고 긴 시구를 한 필 한 필 써 넣었다. 모든 것이 스러지는 인생의 가을 밤에 누군가를 기다리다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침내 죽음을 마음에 그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림이 이런 경지에 오르면 더 이상 그림이 아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켜쥐는 혼의 그림자가 된다. 

 

​​​​​​​​​김 동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