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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19. 베키오궁전 (Palazzo Vecchio) 1
10/29/18  

식사를 하고 기운을 차린 우리는 다시 미술관으로 내려 갔다. 기대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Leonardo Da Vinci) 전시실이 나왔다. ‘수태고지’ 그림이 여기 있다. 미완성으로 남겨진 채 한때 파손되었던 ‘동방박사의 참배’ 그림 원본도 복원되어 있다. 그 복원 과정을 다 기록해서 보여 주는데 참으로 철저하고 정확하게 진행된 절차임을 알 수 있었다. 

 

또 한없이 나오는 그림들을 보며 계속 간다. 라파엘로 전시실. ‘종달새 마돈나’ 그림이 특히 아름다웠다. 라파엘로는 다른 르네상스 거장에 비해 조금 처지지 않나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본 그의 그림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우아했다. 자비와 은총 그 자체인 듯한 아름다움이 넘쳐나는 그의 그림들은 왜 라파엘로가 당대는 물론 르네상스 전체를 통 털어 다빈치, 보티첼리와 함께 쌍벽을 이루는지를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우피찌미술관에 셀 수 없는 거장들의 그림들이 가득 차 있는데 그 그림들은 사진으로 보던 이미지와 실물이 똑같았다. 어떤 경우는 사진이 오히려 더 낫기도 했다. 그런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티첼리, 그리고 라파엘로의 그림들은 실물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아름답고, 복제품에서 결코 느낄 수 없는 원본의 아우라가 엄청났다. 그림들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르네상스 미술이 가득 찬 우피찌미술관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쉬웠지만 우리는 이제 나가야 했다. 바로 옆의 베키오궁전으로 이동해야 했기 때문이다. 미술관에서 나가기 전에 미술관 선물 가게에 들렀다. 우피찌미술관의 간판 이미지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인 것 같았다. 선물가게 전체의 반 이상이 보티첼리가 그린 비너스의 얼굴로 뒤덮여 있었다. 우리는 ‘프리마베라’ 그림으로 만든 퍼즐, 엽서, 그리고 책갈피 꽂이 등을 샀다. 한쪽 벽에 우피찌미술관 소장품을 전부 수록한 두꺼운 카탈로그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아주 잘 만들어진 책이었다. 미술사 교과서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알차고 충실했다. 그 책은 여러 다른 언어 버전으로 나와 있었다. 그 책을 보니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던 한국 아줌마들이 생각났다. 그냥 편안하게 관람하신 후 이 책을 한 권 사시면 간단하게 해결 될 일이었는데…...

 

베키오궁전 (Palazzo Vecchio)은 우피찌미술관에서 나와 시뇨리아광장 (Piazza della Signoria) 으로 가서 궁전 정문으로 입장해야 한다. 현재는 피렌체시의 타운홀로 사용되고 있지만 원래는 메디치가가 피티궁전 (Palazzo Pitti) 으로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 살던 궁전이었다. 베이지색이 감도는 돌로 지어진 궁전은 박물관과 종탑을 포함하고 있고, 메디치가의 위정자들이 살던 궁전 내부도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시뇨리아광장을 가로질러 베키오궁전으로 가는데 광장 한가운데 한 무리의 아시아인들이 모여 있었다. 관광객들 같았고 전부 등산복을 입고 있어서 한국인 단체 관광단으로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이 지나가는데 한국말이 들린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혼자서 소리를 지르고 있는 것이었다. “제가 뭐라고 했어요? 반드시 약속 시간에 모이라고 했지요? 이렇게 늦게 나타나면 다들 어떻게 하란 말이에욧?” 그녀는 지팡이 같은 것을 들고 휘두르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 앞에는 화려한 등산복을 입은 아줌마 두 명이 죄인처럼 머리를 숙이고 야단을 맞고 있었다. 완전 공포 분위기. 가이드인 듯한 여자는 사자갈기처럼 휘날리는 파마머리를 마구 흔들면서 지팡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데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각자 구경하다 약속 장소로 모이라고 한 시간을 어겨서 문제가 된 것 같았다. 그래도 무슨 현행범을 잡았다는 듯 시뇨리아광장이 떠나가도록 고함을 지르고 있으니 지나는 우리 마저 무서워졌다. 그 옆을 살짝 비켜 지나가며 우리는 가이드의 분노를 뒤집어 쓰고 있는 한국 관광단을 뒤로 하고 베키오궁전 입장권을 사러 갔다. 

 

베키오궁전을 전부 보려면 박물관과 타워를 포함해서 18 유로이다. 그런데 오늘은 메인 홀인 ‘오백 인의 방, 살로네 데이 칭퀘첸토(Salone dei Cinquecento)’ 에 행사가 있어서 관광객에겐 개방하지 못하므로 12 유로만 받는다고 한다. 베키오궁전을 둘러 보고 싶었던 이유가 ‘살로네 데이 칭퀘첸토’ 때문이었는데 하필 오늘은 안 된다니. 다음날로 미룰까 하다가 미루면 영영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므로 여기까지 온 김에 그냥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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