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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꽃 (Almond Blossom, 1890)
10/29/18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1853-1890)

(캔버스에 유화. 73.5 x 92 cm.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4월의 암스테르담은 쌀쌀했다. 봄보다 겨울에 가까웠다. 목에 두꺼운 스카프를 두르고 미술관 앞에서 뜨거운 커피를 한 잔 사 마시고 입장했다. 반 고흐의 작품이 가득 전시되어 있는 미술관은 이상하게 어둡고 침침했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한 화가의 비장한 운명이 감도는 듯 슬프기까지 했다. 

복도 한쪽에 이르러 푸른 빛이 뿜어져 나오는 그림을 발견했다. 아몬드 꽃. 어두컴컴한 미술관의 분위기를 단 번에 깨뜨리며 온 세상의 빛이 그 작은 화면에 집결된 듯 보석처럼 빛났다. 그 깊고 푸른 하늘빛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명이 터져 나오는 듯한 꽃 하나 하나를 어떻게 말로 묘사할 수 있을까. 시각적 깨달음의 순간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1890년 1월 31일에 반 고흐는 동생 테오로부터 아들을 낳았다는 편지를 받았다.

 

사랑하는 형의 이름을 따서 빈센트 빌렘이라고 아기 이름을 지었다. 반 고흐는 당장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아몬드 꽃이 가득 피어있는 그림. 동생 부부의 침실에 걸도록 선물할 계획이었다. 반 고흐가 머물던 프랑스 남부에는 아몬드 나무가 지천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다는 소식을 제일 먼저 전하듯이 2월만 되어도 흐드러지게 꽃이 피었다. 파란 하늘을 이고 피어나는 아몬드 꽃은 새 생명의 상징이었다. 

 반 고흐는 같은 해 7월 세상을 떠났다. 정신병을 앓아서 치료를 받던 중 스스로 권총을 가슴에 쏜 상처가 감염되어 죽었다. 의도된 죽음이었는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동시대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천재는 "슬픔은 영원히 계속 된다"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절망적인 탄식에도 불구하고 그가 추구한 것은 영원한 삶의 열정이었다. 기쁘고 찬란한 생명의 찬미였다. 이 눈부신 그림 하나가 그 모든 것을 말해 준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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