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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에 충실하다는 것은 사랑에 충실하다는 것(마태 25,14-30)
10/29/18  

모든 사람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있고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늘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면서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우리가 수행해야 하는 일상의 의무들은 나보다 남을 위한 일들이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그러기에 지금 내 처지에서 주어진 의무를 이행하는 것은 곧 사랑의 행위입니다.

 

우리 일상의 의무들은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일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는 일의 크기가 아니라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랑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일도 사랑으로 행하면 비범하고 위대한 일이 되고, 비범하고 위대한 일도 사랑없이 행하면 무가치한 것이 되고 맙니다.

 

인생의 가치는 일마다 오래 살고 얼마나 큰일을 했느냐에 있지 않고, 얼마나 사랑하며 살았느냐에 있습니다. 그러나 평범한 일들로 채워지는 일상이 매일 되풀이되다 보면 사랑이 식을 수도 있습니다. 사랑이 식으면 의무를 이행하는 데 권태를 느끼고 불성실해집니다. 그리고 이기주의에 눈을 뜨면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기 인생이 초라해 보이고, 알아주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억울하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자기가 있어야 할 자리와 수행해야 할 본연의 의무를 버리고 새로운 자리와 일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자기를 버리고 살아 왔던 길을 포기하고, 자기를 찾는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이기적인 자아를 버려야만 갈 수 있는 사랑의 길을 버리고 자기만족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자의 길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이 길은 자기 스스로도 불행해지고 남도 불행하게 만드는 길입니다. 

 

모든 불행의 근본 원인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랑을 버리고 이기적인 삶을 택하는 데 있습니다. 이기주의자는 자기 자신만을 배타적으로 사랑합니다. 자기 명예만을 추구하고 자기 이익만을 돌보며 자기만족만을 추구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원천이고, 이기주의는 모든 악이 흘러나오는 원천입니다.

 

오늘 복음에 소개되는 달란트의 비유는 사람이 인생을 통해 두 가지 인생의 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현세에서 어느 길을 선택했느냐에 따라서 내세의 영원한 운명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우쳐 줍니다. 그 하나는 자기를 버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선택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하느님의 사랑을 버리고 이기주의를 선택하는 길입니다. 

 

사랑은 자기의 이해관계와 자기의 감정을 뛰어 넘어서 상대방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길은 자기를 버리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달란트의 비유에서 주인에게 받았던 돈을 배로 불려서 되돌려 줄줄 알았던 종들은, 하느님의 사랑으로 일생을 산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께 받은 모든 것을 이용해 이익을 만들어 내길 기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기대하시는 이익은 우리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증가되는 것입니다. 우리 안에 하느님의 사랑이 증가될수록 우리는 더 완전한 사랑으로 사랑하며 살게 됩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우리의 인생은 더 크고 더 많은 선을 생산해 냄으로써 풍요로워집니다.

 

이렇게 현세에서 자기의 시간과 소유일체를 사랑을 키우는 데 활용함으로써 선을 생산해낼 줄 아는 사람들은 내세에 하늘에서 하느님의 영원하고 무한한 기쁨을 하느님과 함께 누리게 된다. 

 

주인에게 받았던 돈으로 이익을 내지 못했던 종은, 하느님의 사랑을 버리고 자기 자신만을 배타적으로 사랑하는 이기주의자를 가리킵니다. 사람의 행동은 완전한 사랑에서 나오면 더 큰 선이 되고 냉혹한 이기주의에서 나오면 더 큰 악이 됩니다. 이기주의자로서 자기만족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하느님께 대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무관심합니다. 모든 행동은 이기적인 동기에서 나오기 때문에 무가치한 것입니다. 이렇게 현세에서 하느님께 받은 시간과 소유일체를 이기적인 자기만족만을 위해 허비한 사람들은 내세에서 하늘나라의 “바깥 어두운 곳으로 쫓겨나 거기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늘나라는 영원한 사랑의 나라입니다. 자기를 버리고 사랑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하늘나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김성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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