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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버터 만들기 (Apple Butter Making 1944-1947)
11/12/18  

모세스 할머니(Grandma Moses 1860-1961)

(판지에 유화)

 

파란 풀이 자라나는 언덕에 자리한 자그만 벽돌 집, 가을이 다가 와 사과를 거둬 들인 사람들이 겨우내 먹을 사과 버터 잼을 만들고 있다. 모두가 바쁘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들의 평화로운 조화 속에 힘든 노동이 즐거움과 기쁨으로 다가온다.

 

천진함이 뚝뚝 묻어나며 알록달록 정겨운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머리가 하얀 80대 중반의 할머니였다.  애나 메리 로버트슨. 그녀는 애칭으로 ‘모세스 할머니’라고 불렸다. 남북전쟁 당시에 태어나 미국에서 인권운동이 시작될 무렵에 세상을 떠났으니 100세가 넘게 장수한 노인 화가이다. 그녀는 뉴욕주에 있는 시골 농장에서 태어나 평생 힘든 일을 하며 살았다. 67살에 남편이 죽자 농장을 아들내외에게 맡기고 자수를 시작한다. 76살에 관절염이 생겨 바늘을 들 수 없게 되자 부지런한 할머니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모세스 할머니는 미술 교육을 받아 본 적이 없었지만 타고난 감각으로 자신의 그림을 화려하고 정감 넘치게 꾸몄다. 할머니가 그린 그림은 여기 '사과 버터 만들기'처럼 자신이 평생 살아 온 농장의 풍경들이다. 사계절의 변화 가운데 자연과 더불어 순응하며 살아가는 미국 시골 사람들의 삶을 소박하게 그렸다. 삐뚤삐뚤 그린 것 같지만 디테일이 섬세하고 구석구석 이야기가 펼쳐져 있기에 오래도록 들여다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는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2년은 아무도 할머니의 그림을 알아 주지 않았다. 그래도 성실한 할머니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78살 때 한 점에 5불 가격을 매겨서 동네 약방에 그림을 몇 점 내놓았다. 마침 휴일을 보내러 시골에 들렀던 유명 미술 수집가의 눈에 띄어 전시를 시작한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 전시회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78살이면 내일 모레 죽을 텐데 그 전시회 비용을 어떻게 뽑느냐고 화랑 주인들이 괄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할머니는 101살로 죽을 때까지 23년동안 '미국 민속 화가'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수천 점의 그림을 남겼으며 현재 그녀의 그림들은 한 점당 백만 불 이상 넘어간다.

 

따뜻한 정경 속에 서로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려진 모세스 할머니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노년에도 삶의 열정을 잃지 않았던 그녀의 말이 가슴에 잔잔히 와 닿는다. "나는 내 일생을 열심히 일한 하루로 되돌아 봅니다. 잘했고 만족합니다. 난 행복했고 자족했어요. 나는 그 이상 아는 것이 없었기에 인생에서 내게 주어진 것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우리가 만들기 나름 이랍니다.  언제나 그랬고, 언제까지나 그럴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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