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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22. 네 마리 사자, 콰트로 레오니 (Quatro Leoni)
11/19/18  

뜨라또리아 콰트로 레오니(Trattoria Quatro Leoni). ‘네 마리 사자’ 식당. 주소는 Via de’Vellutini 1r, 50125. 부지런히 찾아간 콰트로 레오니는 ‘피아짜 파세라(Piazza Pasera) 라는 조그만 광장 안에 있는데 예상과는 달리 사람들이 많아서 예약을 하고 올 걸 하고 잠시 후회가 들었다. 하지만  바깥 천막 안 야외 테이블이 몇 개 비어 있어서 그나마 희망을 가졌다. 검은 티셔츠와 검은 바지를 입은 종업원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우리가 입구에 들어서니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예쁜 동양인 아가씨 종업원이 ‘부오나 세라’ 라고 맞아 준다. R과 나는 이탈리아어로 간신히 인사는 했지만 그 뒤로는 할 수 없이 영어로 말을 했다. 예약 없이 왔지만 야외 테이블에서 저녁을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비단같이 고운 머리카락의 아가씨 종업원은 ‘알로라(Allora)…’ 하고 잠시 살피더니 심한 액센트와 서투른 영어로 말했다. 우리에게 테이블을 줄 수 있지만 나중에 예약된 테이블이므로 두 시간 내에 먹고 일어나야 하는 조건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흔쾌히 그러겠다고 말하고 테이블로 안내 받았다.

 

앉자마자 우리는 빨리 음식부터 주문하기로 했다. 우선 키안티 와인 반 병, 생수 한 병, 애피타이저로 콩과 토마토와 앤초비를 얹은 크로스티니를 주문하고, 식사로는 라비올리 (Ravioli)와 송아지 오소 부코(Osso Buco), 콰트로 레오니 샐러드 등을 주문했다.  생수를 시원하게 마시고 나니 그제야 비로소 숨이 가라 앉아서 천천히 주위를 둘러 보았다.  광장 안으로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 오면서 식당으로 계속 밀려 오고 있었다. 관광객은 물론이고 피렌체 사람들에게도 꽤 유명한 곳인 것 같았다.

 

관광객들은 압도적으로 미국인들이 많았다. 우리같이 예약 없이 그냥 온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들어 와서 테이블 있냐고 물었다. 종업원들은 우리에게 얘기한 것처럼 두 시간 안에 먹고 가면 테이블을 주겠다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 말을 알아 듣지 못하고 가 버리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 테이블이 다 차 버렸고 우리 옆에는 떠들썩하게 유쾌한 미국인 아줌마 아저씨들 일행이 와서 앉았다. 그들은 메뉴도 보지 않고 스테이크를 먹겠다고 하면서 양이 얼마나 되는지 고기를 보여 달라고 했다. 잠시 후에 종업원이 큰 나무 쟁반에 스테이크 용 생고기를 들고 나와서 보여 주는데 그 크기에 놀라서 R과 나는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고기가 아니라  빨간 방석을 잘라 온 것 같았다. 그 유명한 피렌체 스테이크, 비스테카 알라 플로렌티나(Bistecca alla Florentina)였다.

 

피렌체는 옛날부터 가죽 공업이 발달해서 소고기 요리가 함께 발달했다고 한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요리가 비스테카 알라 플로렌티나 (미국식으로는 티 본 스테이크). 그 당당한 크기도 대단하지만 그 스테이크를 한 번 먹어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라고 한다. 주문은 킬로그램 단위로 하는데 기본이 1 킬로부터!  우리는 피렌체에서 떠나기 전날 마지막 저녁으로 먹을 계획이었는데 날고기의 두께와 크기를 직접 보니 기가 질려 버렸다.

 

우리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와인을 마시면서 크로스티니를 다 먹고 샐러드를 또 먹었다. 아보카도, 시금치, 치즈, 루꼴라와 잣이 들어 갔고 드레싱 대신에 페스토 소스를 얹었다. 오랜만에 싱싱한 야채를 먹어서 그런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샐러드 같았다. 그러나 라비올리가 나왔을 때는 다른 모든 음식이 거짓말처럼 다 잊혀졌다. 그 맛을 어떻게 표현할까? 심플한 직사각형의 하얀 라비올리는 역시 심플한 세이지 버터 소스와 나왔는데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했다. 라비올리 속은 전체 맛의 균형을 깨지 않는 은근한 향의 치즈로 살포시 채워져 있었다. 포크로 가만히 잘라 입에 넣을 때마다 ‘이탈리아 정통 라비올리의 맛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 전에  먹은 라비올리는 모두 가짜였다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엄마는 이제 피렌체에 있을 동안 매일 라비올리만 먹을거야!” 나는 송아지 오소 부코를 열심히 먹고 있는 R에게 선포했다. ‘엄마, 정말 그러자! 너무 맛있어!’ 라며 R이 라비올리 하나를 더 가져가는데 옆 테이블 위풍당당한 비스테카 알라 플로렌티나가 나왔다. 미국인들이 탄성을 지르면서 박수를 쳤다. 다들 고개를 빼고 들여다 보는 가운데 미남 이탈리아 종업원이 테이블에서 그대로 스테이크를 쓱쓱 썰어 준다. 썰어 놓은 고기를 보니 다시 한 번 기가 질렸다. 한 조각이 뉴욕 스테이크 1인분처럼 보일 정도로  큼직하고 두툼하다. 떠나기 전에 한 번 먹고는 가야 할 텐데 저걸 둘이서 1 킬로나 먹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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