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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D'ou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u Allon
12/03/18  

(D'ou Venons Nous, Que Sommes Nous, Ou Allons Nous. C. 1897-1898)

 

폴 고갱 (Paul Gauguin 1848-1903)

( 캔버스에 유채. 54.8 x 147.5 in. 보스턴 미술관)

 

프랑스 후기인상파 화가 폴 고갱은 이 그림을 자신의 최고 걸작이라고 불렀다. 그림의 이야기는 화면의 오른쪽에서 시작한다. 여성으로 표현된 인간이 태어나서 성장하고 인생을 살아간다. 왼쪽 끝으로 가면 여자는 늙어서 죽음을 앞두고 쭈그리고 앉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는 신비한 하얀 새를 바라본다.

 

화면 왼쪽 상단에는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그림의 제목을 노란색 바탕에 프랑스어 대문자로 써 놓았다. 이 세 가지 질문은 고갱이 십대 소년일 때 천주교 기숙학교에서 배웠던 교리문답의 주제였다고 한다. 감수성 깊은 사춘기 때 받아들인 질문을 평생 가슴에 간직하고 살았던 것 같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표현하는 인상파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고갱은 추상적인 개념을 그림에 접합 시킴으로써 모던 아트(Modern Art)의 도래를 예고했다. 모던 아트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도 고갱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화가였지만 정작 고갱 자신은 평생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며 살았다고 한다. 젊었을 때부터 증권 브로커로 성공적인 사업가였지만  마흔이 다 되어 화가가 되기 위해 처자식도 버리고 타히티로 떠났다. 파란만장하고 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간이다. 남태평양의 섬에서 원주민들과 살며 인간이 가는 길에 대해 깊이 생각했던 고독한 예술가의 그림자가 푸른 화면에 드리워져 있는 것 같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림을 보아온 현대인의 눈에 이 후기인상파 그림은 그리 새롭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그림이 세대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는 심오하다. 언제였던가 12 월 쯤에 보스턴에서 마주 했던 이 그림의 기억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즈음에 문득 떠 올랐다. ‘우리’를 ‘나’로 바꾸어 생각해 보며 그림을 다시 한 번 들여다 본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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