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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R의 기숙사
04/23/18  |  조회:179  

R의 기숙사

 

우리는 헤로드백화점에서 나와 다시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R의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에서 나와야 하므로 짐을 싸서 에어비앤 비로 옮겨야 한다.“엄마, 내가 너무 바빠서 짐도 못 싸 놓고 미안해. 엄마, 도와 줄 거지?”R은 생글거리면서 내게 물었다. 어차피 짐을 못 싸 놓았다고 하는데 잔소리 해 봤자 나만 손해다.“그럼, 도와줄게!”하고 흔쾌히 대답한다. 하지만 R이 워낙 짐 싸고 정리하는데 뛰어난 실력이 있는 것을 알므로 속으로는‘내가 도와 줄 게 별로 없을걸?’하고 생각했다. 

 

기숙사에 도착했다. 우리 딸이 한 학기를 지낸 곳. 겨울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추운 날씨에 놀라 감기에 걸려서 콜록거리며 침대에 앉아 화상 통화를 하던 곳.“엄마, 나 아프니까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하길래“얼른 나가서 사 먹어! 한국 식당 있잖아!”했더니“엄마! 여기 한국 음식 너무 비싸!”하면서 울상 짓던 곳.“걱정 말고 먹고 싶은 것 빨리 먹어라!”했더니“엄마, 그럼 잠깐만.”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20여 분 후에 침대에 앉아 돼지 불고기와 순두부를 먹으면서 다시 화상 통화를 걸어 왔다.“어떻게 침대에 앉아서 먹고 있어?”하고 놀랐더니“헤헤, 배달 시켰지!”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런던에서 한국 음식을 배달 해 주다니  한국 사람들은 참 대단하다. 

 

R의 기숙사는 방 하나에 2명씩, 4명이 살게 되어 있는 투 베드룸 구조였다. 8층에 있는데 거실의 넓은 창문으로 시내가 환히 보였다. 주방도 크고, 화장실도 크고, 시설은 아주 좋았다. 룸메이트들과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 보았다. 방은 폭탄 맞은 듯 어질러져 있었다.“미안, 미안, 엄마!”하고 R은 애교를 떨면서 재빠르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내가 도와 줄 것은 없었고, 가끔 버릴 물건에 대해서만 의견을 물어봤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짐을 다 싸고 나니 작은 이민 가방 두 개가 되었다.“오 마이 갓! 내 런던에서의 삶이 이 가방 두 개였구나!”하고 R은 잠시 센티멘털한 얼굴이 되었다.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기로 했다. 다음날 체크 아웃을 하는 룸메이트들은 아직도 짐을 싸는 중인 듯 했다. 우리는 만나자마자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시간이 있었으면 모두 데리고 나가 밥이라도 사 주고 싶었지만 우리도 바쁘고 그들도 분주한 것 같아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가방 두 개를 끌면서 로비로 내려 왔다. 로비로 내려오니 또 다른 친구들을 만나 반갑게 끌어 안고 재잘거린다. 런던에서 친구들을 못 사귀면 어떡하나  하고 내심 걱정했는데 쓸데없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 R이 떠난다고  하니까 또 다른 몇 명이 내려 오기도 했다. 오늘 밤에 송별파티에서 다들 또 만날 것인데 무슨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미국에서 엄마가 왔다고 또 한바탕 소개를 한다.  아이들은“오 마이 갓, 엄마가 너 데리러 왔어? 너 베이비였구나!”하고 R을 마구 놀렸다.  

 

떠들썩하게 로비를 나왔다. 아이들은 도와 준다고 가방을 자기들이 끌면서 따라 나왔다. 큰 가방을 두 개나  가지고 이층 버스를 탈 수는 없어서 우버 (Uber) 를 불렀다. 우버 앱 화면을 들여다 보니 근처에 올 수 있는 차량이 8대나 돌고 있었다. 하나를 찍었더니 2분도 안 되어 도착했다. 가방을 트렁크에 넣고 차에 올랐다. 아이들은 창문으로 얼굴을 들이밀고“안녕히 가세요! 만나서 반가웠습니다.!”하고 합창하듯 소리를 질렀다.“너는 이따가 보자!”하고 R에게도 정답게 말했다.‘한 학기 동안 기숙사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냈구나’하고 흐뭇하게 생각하다가 뭔가 마음에 걸렸다. 이 친구들도 전부 미국에서 온 교환학생들인데 그럼 이 아이들하고 자기들끼리만 어울린 것인가? 그 의문은 나중에 풀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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