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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25. 메르카토 센트랄레 (Mercato Centrale)
12/10/18  

다비드 상을 본 후 아카데미아미술관 나머지를 둘러 보았다. 조각 전시관이 있어서 들어가 보았고, 그 외에 13세기에서 16세기 사이의 르네상스 그림들도 보았다. 다비드상을 본 감동이 너무 커서 그랬는지 나머지는 좀 건성으로 둘러 보았다. 아침을 거르고 와서 배가 고파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허기가 진 R과 나는 아카데미아미술관에서 나와 점심을 먹으러 샌 로렌조 지구에 있는 메르카토 센트랄레로 향했다.

 

메르카토 센트랄레는 2014년에 오픈한 실내 장터이다. 1874년경부터 존재했던 건물인데 처음에는 정육점, 야채상 등이 있어서 피렌체 시민들이 와서 매일 장을 보던 재래시장이었다고 한다. 2014년에 움베르토 몬타노라는 개발업자가 현대식으로 건물을 보수해서 피렌체 최신 관광 명소로 오픈했다. 피렌체 스타일 실내 마켓 겸 푸드 코트. 

 

고전적 스타일의 기본 구조에 현대적 실용성을 가미한 건물은 중세 건물이 가득한 피렌체의 전체적 조화를 깨뜨리지 않고 당당하게 서 있었다. 들어가려면 넓고 큰 계단을 몇 개 올라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또 올라가는데 입구에 계란 프라이 같이 생긴 메르카토 센트랄레의 로고가 눈에 띄었다.

 

운동장만큼 넓은 실내는 이층 높이의 천장과 벽에 넓게 설치한 창문으로 자연광이 들어와 실내이면서 또 야외같이 느껴졌다. 벽 쪽으로는 토스카나 지방에 대대로 내려오는 유명 레스토랑들이 부스를 차리고 있었고 중앙에는 역시 유명 커피 숍과 바들이 카운터를 이루고 있었다. 그 사이를 한꺼번에 500 명이 앉아 식사할 수 있다는 테이블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바질리카 모양의 건물이어서 그런지 초현대적이면서도 중세같이 오래 된 분위기. 관광객보다 피렌체 현지인들이 더 많았다. 여기가 피렌체 중앙시장인만큼 수시로 들러 장도 보고 식사도 한다고 들었다.

 

R과 나는 신이 나서 무엇을 먹을까 둘러 보았다. 상상할 수 있는 이탈리아 요리는 다 있는 것 같았다. 들러 본 부스마다 음식들이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맛있어 보였다. 행복한 고민 끝에 R은 나폴리타노 피자, 나는 뇨끼(Gnocchi)와 아란시니(Arancini)를 먹기로 했다. R은 피자를 좋아하니까 먹고 싶은 것으로 골랐겠지만 나는 궁금한 것으로 골랐다. 피렌체에 있는 동안 매일 라비올리를 먹겠다고 한 결심은 온데간데 없어졌고 정통 이탈리아 뇨끼가 어떤 맛인지 궁금했다. 쌀 요리를 해 먹고 식은 밥이 남았을 때 이탈리아 사람들이 해 먹는 일종의 쌀밥 고로케 같은 아란시니도 맛이 궁금했다. R은 피자 부스에 가서 주문하고, 나는 파스타 부스에서 뇨끼를 주문했다. 그리고 아란시니를 팔고 있는 조그만 부스에 가서 오징어 먹물이 들어간 원주형 아란시니를 하나 샀다 (한 개만 샀으니 ‘아란시노’ 라고 해야겠지?). 와인도 빼 놓을 수 없다. 와인바에 가서 색과 향기가 짙은 브루넬로(Brunello)로 한 잔 주문했다.

 

테이블을 하나 잡았다. 우리 옆에는 체구가 자그만 이탈리아 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부가 피자를 한 조각 놓고 정답게 나눠 먹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나비넥타이를 매고, 할머니는 귀여운 분홍색 모자를 썼다. 부스를 둘러 보는 동안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만났다. 대부분 어린 아가씨들이었는데 모두들 딱 피자 한 조각씩만 놓고 얌전하고 예쁘게 먹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R과 나는 완전히 먹자판이다. 피자 한 판과 뇨끼 한 접시, 제법 큼직한 아란시노까지 놓고 우리는 실컷 먹었다. 나폴리타노 피자는 정말 맛있었고, 뇨끼는 폭신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좋았지만 매우 짰다. 기대했던 아란시노는 맛은 있었는데 역시 너무 짰다. 간이 너무 센 것 외에는 저렴하고 맛있는 점심. 우리는 딸기 소르베로 입가심까지 하고 메르카토 안을 마저 구경했다.

 

이탈리아 해안에서 잡은 각종 해산물, 고기, 햄과 소시지, 유제품, 빵과 과자, 치즈, 야채와 과일, 버섯, 각종 오일, 등 없는 게 없다. 쿠킹 스쿨까지 있었는데 유리로 안이 환하게 보이도록 만든 쿠킹 스쿨의 이름은 라 스쿠올라 디 쿠치나 로렌초 데 메디치(La Scuola Di Cucina Lorenzo de’ Medici), ‘로렌초 메디치 요리 학교’이다. 각 클래스는 한 번에 16명이 들어가는데 약 90분 정도, 수강비는 재료비 포함해서 50-70 유로라고 한다. 한 클래스 정도 수강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요리학교를 지나 출구로 나오는데 구석 테이블에 한국인 아저씨와 아줌마가 피자를 앞에 놓고 앉아 있었다. 의자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아저씨가 한국말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험, 개운한 생태 찌개가 최곤데…….” R과 나는 갑자기 터지려는 웃음을 참으며 서둘러 메르카토 센트랄레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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