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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의 키스(The Kiss of the Muse c. 1860)
12/10/18  

폴 세잔 (Paul Cezanne 1839 – 1906)

(캔버스에 유채 82 cm x 66 cm 파리 도세이 미술관)

 

후기 인상파 화가 폴 세잔은 인상파에서 큐비즘으로 넘어가는 미술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해준 화가이다. 마티스와 피카소가 그의 영향력을 인정했고, 뒤따르는  젊은 화가들이 그의 그림을 보며 영감을 받아 앞으로 전진했다.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거장이지만, 살아있을 때 세잔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프랑스에서 화가로서 입문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미술전 살롱 입상도 20여 년을 도전한 끝에 겨우 성공했을 정도였다. 일찌감치 입상하고 승승장구하는 동료화가들을 보며 그가 맛보았을 좌절감은 상상 이상이었을 것이다.

 

풍경화와 정물화를 주로 그렸던 세잔이 그린 이 뜻밖의 그림은 실망과 좌절의 삶을 살았던 그의 배경을 알고 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천정에 난 조그만 창으로 한 조각 하늘이 보이는 다락방. 밤새 시를 쓰려고 노력했던 시인은 깜박 잠이 들었고, 그의 잠 속에 나타난 영감의 여신 뮤즈는 시인의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고 있다. 무의식의 세계로부터 날아 온 듯 뮤즈의 등에는 흰 날개가 접혀 있다. 이제 새벽이 왔는데 시인은 잠에서 깨어나 멋진 시를 쓸 수 있을까?  뮤즈의 키스가 시인의 잠재적 재능을 일깨우기 바라며 그림을 보다가, 문득 바로 그것이 이 그림을 그리며 세잔이 염원했던 것이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20년 만에 살롱에 입선한 후, 세잔은 갑자기 파리 생활을 접고 고향인 액상 프로방스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죽을 때까지 홀로 그림을 그리며 자신만의 그림 세계를 구축했다. 우울증과 타인 기피증을 가지고 있었던 세잔은 괴팍한 성격으로 대인관계도 좋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고집불통 은둔 화가로 불리며 계속되는 실패 속에서도 절대로 붓을 꺾지 않았던 신념은 그를 미술사에 길이 남는 중요한 화가로 만들어 주었다.

 

자신의 재능에 대한 회의가 온 존재를 쓰러뜨리는 듯한  긴 밤을 지내 본 사람은 이 한 장의 상징적인 그림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리라. 뮤즈의 키스를 간절히 바라며 영감의 새벽이 밝기를 바라는 온 세상의 예술가들에게 세잔이 건네는 무언의 격려 같은 그림이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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