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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26. 샌 로렌조 바질리카 (Basilica di San Lorenzo)
12/17/18  

우리는 멀리 폰테 베키오를 바라보며 아르노 강변을 따라 걸었다. 샌 로렌조 바질리카 성당을 향해 걸어 가는 길이다. 샌 로렌조 성당은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 된 성당이다. 393년에 처음 세워졌다고 하니 거의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성당이다. 현재 성당 건물은 1419년에 메디치가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그 자리에 있던 12 세기 스타일 로마네스크 건물을 허물어내고 새로 지어 올렸다. 르네상스 3대 건축가 중 한 명인  브루넬레스키가 건축을 맡았다.

 

샌 로렌조 성당은 대대로 메디치가가 미사를 드리던 곳이었고, 초대 코지모 일 베키오부터 마지막 공주까지 메디치가의 군주들과 가족들이 안장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으로 치면 조선 왕조의 ‘종묘’ 같은 곳이라고 할까. 피렌체를 다스리던 메디치 가의 사당이라는 것 때문에 마치 국립묘지를 들러 보듯 꼭 가보고 싶었다. 샌 로렌조를 찾아가는 또 하나의 이유는 거기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유명한 조각 ‘밤과 낮’. 줄리아노 디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묘를 장식하는 조각이다.

 

샌 로렌조 성당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성당의 규모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거대하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샌 로렌조의 반 원구 형태 돔은 두오모 성당의 쿠폴라 돔을 짓기 1년 전부터 지어 올리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두오모보다 규모만 작을 뿐 모양이 똑같다고 한다. 밖에서 본 성당은 화려하거나 아름답다기보다 남성적 느낌이 강하게 드는 요새같은 건물이었다. 위엄이 철철 흐르는 성당 외관을 한참 바라 보다가 R 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직사각형 바질리카 내부는 대리석과 보석으로 장식된 바닥, 아름다운 벽화가 그려진 돔 천정, 화려한 조각 장식이 늘어선 벽들로 이루어져있다. 그 사이에 일직선으로 늘어선 육중한 기둥들이 마치 메디치가의 역사를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장엄하게 느껴졌다. 성당 안에는 앞쪽으로 좌석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앉아 고개를 숙여 기도하고 있었다. 피렌체에 있는 모든 르네상스 성당들은 역사적 유적지이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매일 와서 미사를 드리고 기도하는 살아있는 현재형 신앙의 현장이라고 한다.

 

성스럽고 고요한 샌 로렌조 성당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R과 나는 우선 좌석 맨 끝 줄에 가서 앉았다. 높디 높은 천장 아래 직사각형의 바다처럼 거대한 성당은 서늘한 공기와 함께 침착하게 가라 앉아 있었다. 관광객들도 발끝으로 걷는 것처럼 살살 걸어 다니고, 아무도 큰 소리로 말하지 않고 소근소근 속삭이기만 했다.  메디치가의 넋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것일까? 무언가 형언할 수 없이 근엄하고 비장하기까지 한 기운이 서려 있는 곳이다.

 

우리는 잠시 묵념하고 일어나 미켈란젤로의 조각이 있는 메디치 사당으로 갔다. 미켈란젤로의 ‘밤과 낮’은 메디치 사당 안 줄리아노 디 로렌조 데 메디치의 묘를 장식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렸을 때 학교 다닐 당시 미술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적어도 한 번은 그려보게 되는 석고상 줄리앙. 짧은 곱슬머리에 서글프고 공허한 표정으로 비스듬히 옆을 보는 애잔한 젊은 청년의 얼굴. 여러가지 석고상 중에 비교도 안 되게 잘 생겨서 여학생들이 가장 사랑하는 석고상이었다. 바로 그 줄리앙이 이곳에 잠들어 있는 줄리아노 디 로렌조 데 메디치(Giuliano di Lorenzo de’Medici)이다. (줄리앙은 줄리아노의 프랑스 어 발음)

 

줄리아노는 원래 로렌조 디 메디치 1세의 동생 이름이었다. 로렌조 1세는 르네상스  부흥을 일으킨 대 군주로 로렌조 일 마니피코, 즉 로렌조 대왕이라 불린다. 1478년에 정변이 일어나 로렌조 대왕은 두오모 대성당에서 미사 중에 자객의 습격을 당한다. 그는 피신해서 살아남았지만 동생 줄리아노는 자객의 칼에 찔려 25세의 나이로 죽고 만다. 동생의 죽음을 애통해 하던 로렌조 대왕은 막내 아들이 태어나자 줄리아노라고 이름을 붙였다.

 

줄리아노는 1512년부터 1516년까지 피렌체를 다스렸지만 불행하게도 역시 젊은 나이에 죽었다. 이 줄리아노가 미켈란젤로의 ‘밤과 낮’이 있는 묘의 주인이다. 어렸을 때 본 줄리앙 머리 석고상과 달리 실제 줄리아노는 갑옷을 차려 입은 장수의 모습 전신상으로 ‘밤과 낮’ 사이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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