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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의 경배 (Adoration of the Shephersds c. 1505-1510)
12/17/18  

지오르지오네 (1477 – 1510)

 

(목판에 유채 90.8 cm x 110.5 cm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

 

성탄절을 그린 그림은 대부분 아기 예수가 태어난 마구간 정경을 묘사한다. 마구간 바깥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지오르지오네의 이 그림은 특이하고 신비하다.

 

그림 속에 갓난 아기 예수, 그의 겸손한 부모 마리아와 요셉, 최초의 경배자 목동들 등 예수의 탄생을 둘러 싼 기본 요소들은 빠짐없이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그 성탄의 드라마는 화면 앞 쪽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뿐, 그림의 참 주인공은 저 멀리로 펼쳐진 푸르고 아득한 풍경화이다. 그림을 향한 시선은 성탄의 이야기에 잠시 머물다가 가만히 조용하게 숲과 들, 산을 넘어 지평선으로 뻗어 나간다. 화면 앞 성서적인 인물들을 그림에서 없애 버린다 해도 이 그림은 더 없이 아름다운 풍경화로 남는다. 한없이 부드럽고 평화로운 목가적인 세계이다.

 

베니스에서 살고 활동했던 지오르지오네는 당대를 휩쓸며 베니스파 화풍을 일으켰던 화가이다. 뚜렷한 선이나 입체적인 묘사보다 색채와 분위기로 시적인 화면을 창조했던 천재적인 화가였다. 30세 갓 넘어 죽는 바람에 그의 작품활동은 끝이 났지만, 그가 후대 화가들에게 남긴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가 죽은 후에도 티샨(Titian) 등 그의 뒤를 이은 베니스파 화가들의 그림 속에 지오르지오네의 정신과 스타일은 면면히 살아 흘렀다.

 

진주같이 빛나는 이 고운 그림은 지오르지오네가 남긴 단 여섯 점 작품 중의 하나이다. 수 백 년 동안 여러 소유주를 거쳐 베니스에서 미국 워싱턴 DC까지 흘러온 귀한 그림이다.  1938년에 4십만 불을 주고 그림을 구입한 미국 백화점 왕 사뮤엘 크레스는 그 해 크리스마스에 뉴욕 5가에 있는 자신의 백화점 쇼 윈도우에 이 그림을 전시했다고 한다. 어쩐지 요절한 지오르지오네가 낭만적인 미국 부자를 통해5 백 년 후의 인간들에게 보낸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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