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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27. 산타 크로체 성당 (Basilica di Santa Croce) 1
12/26/18  

온세상의 부귀와 영화를 다 가진 것 같았던 메디치가의 군주도 죽음 앞에서는 속절없이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대리석 조각으로 남은 줄리아노는 텅 빈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와 함께 이제는 사라진 메디치가의 영광이 산 로렌조 성당의 무덤 속에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다.

 

우리는 엄숙한 기운에 눌린 채 산 로렌조 성당에서 나왔다. 햇빛이 화창한 밖으로 나오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좀 무거운 분위기야, 그렇지?” 나는 기분을 돌리기 위해 R에게 말을 걸었다. “엄마, 무거운 분위기일 수밖에 없지! 여기 성당들은 전부 무덤으로 덮여 있잖아!” R의 말이 맞다. 다음 일정으로 우리가 찾아 가 보려는 산타 크로체 성당도 또한 무덤과 묘비가 즐비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산타 크로체는 이탈리아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본 교회이며 세계 최대의 프란치스코 교파 성당이다. 전설에 의하면 성 프란치스코가 직접 성당을 지어 올렸다고 전해지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전설일 뿐이고 초대 프란치스코 수도회의 수사들이 여기에 모여 살며 성당 건설을 시작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산타 크로체 성당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이탈리아 역사 속 위인들이 대거 그곳에 잠들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다른 곳에 안장되어 있어도 묘비가 이 곳에 모셔져 있는 인물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우리가 산타 크로체로 가는 이유는 그곳에 잠든 이탈리아 위인들을 만나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 성당에 그려져 있는 죠토(Giotto)의 프레스코 벽화를 보기 위해서였다. R과 나는 두오모에서 남동쪽으로 약 800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산타 크로체로 향했다.

 

R과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데 맞은 편에서 눈에 익은 얼굴 하나가 걸어 오고 있었다. “어, 누구지?” 피렌체에 우리가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지만 분명히 우리가 아는 얼굴이었다. “본 지오르노(Buon giorno)” 뜨라토리아 아니타의 조랑말 웨이터 니콜라였다. 앞니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반가워한다. “안녕하세요, 니콜라? 어디 가세요?” 우리도 반가워서 인사를 했다. “아, 오늘 제가 쉬는 날이라 그냥 여기저기 다니는 중입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그럼요! 지금 산타 크로체 성당으로 가는 길이에요.” “그래요? 그럼 제가 모셔다 드리죠. 바로 이 앞에 있으니까요.” 그는 우리 대답도 듣지 않고 앞으로 걸어 가기 시작했다. 그쪽 방향에서 왔는데 우리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우리는 그를 따라 걸어 갔다.

 

산타 크로체가 금방 나타났다. 니콜라는 팔을 활짝 벌리며 소리쳤다. “Tempio dell’Itale Glorie!” 당연히 못 알아 들은 우리가 무슨 말이냐고 물었다. “이탈리아 영광의 사원이라는 뜻입니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금새 또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아름다운 숙녀분들을 이곳으로 모시게 되어 제가 영광입니다!” 산타 크로체 성당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참 웃고 나서 우리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퉁명스럽다는 인상이 다 사라져 버렸다. 우리는 즐겁게 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산타 크로체 성당 건물은 십자가 형으로 지어진 건물이다. 정통 십자가 모양이 아니고 프란치스코 교파의 T 형 십자가 모양이다. 건물의 길이는115미터. 매우 큰 성당이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니 고딕과 르네상스 건물 양식이 혼합된 화려하고 장대한 내부가 펼쳐졌다. T-십자가가 높이 달려 있는 중앙 앞면에는 각도를 잘 맞춘 조명이 제단과 프레스코 벽화를 비추고 있었다. 제단은 황금빛으로 빛났고, 프레스코 벽화는 부드러우면서도 화려한 색채로 그 주위 벽을 한 치의 빈 틈도 없이 뒤덮어 환한 조명 속에 모든 것이 오색찬란하고 영롱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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