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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한 성탄 (The Mystical Nativity c. 1500-1501)
12/26/18  

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1446-1510)

(캔버스에 유화 108.5 cm x 74.9 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이 아름다운 그림은 런던 내셔널 갤러리 58번 전시관에 있다. 한쪽 구석 벽에 다소곳이 걸려 있는데 실제로 보면 생각보다 사이즈가 훨씬 작다. 워낙 대단한 그림들이 많은 미술관이므로 마음 먹고 찾아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위치이다. 하지만 이 그림은 제목처럼 신비한 역사와 사연을 지니고 있어서 내셔널 갤러리에 들렸을 때 꼭 찾아 보고 싶은 그림 리스트 상위권에 있었다. 

 

그림의 사연은 삼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494년 예술의 도시 피렌체는 '사보나롤라'라는 수도승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었다. 1494년의 이태리 전쟁에서 피렌체로 쳐들어온 프랑스 군대를 사보나롤라가 설득하여 돌아가게 했기 때문이다. 사보나롤라는 거의 예언자 대접을 받으며 피렌체 도시와 시민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행사했다. 그 중에 하나가 부와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퇴폐와 향락을 몰아 내자고 무조건 금욕주의를 주장한 것이다. 그 와중에 수많은 그림과 책, 아름다운 물건들이 사치품으로 몰려 불태워졌다.

 

이상에 가득 찬 젊은 산드로 보티첼리도 사보나롤라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화가였고 그림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다. 자신의 그림들이 퇴폐 사치품으로 몰려 불태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몰래 이 그림을 그렸고 돌돌 말아 숨겨놓기 위해서 목판 대신 캔버스에 그렸다.

 

금박으로 입혀진 천상에서 노래하고 춤추는 천사들과 함께 지상에서 메시아의 탄생을 경배하는 인간들, 그리고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을 포옹하며 입맞추는 하단의 천사들 까지 황홀하게 아름다운 그림이다. 르네상스 미술의 걸작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거장 보티첼리가 제작 후 서명한 유일한 그림이기도 하다.

 

보티첼리는 이 그림을 숨겨놓고 1510년에 죽었다. 그림은 300년 동안 잊혀졌다가  18세기에 이탈리아를 여행중이던 영국인 미술 수집가에 의해 조그만 시골의 성에서 발견되었다. 영국으로 건너 온 그림은 국보가 되어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 된다. 이 그림이 유명해지면서 잊혀졌던 보티첼리의 이름도 재발견되었다. 예수의 탄생과 함께 보티첼리와 그의 예술도 다시 탄생한 셈이다.

 

구세주의 탄생과 함께 다시 태어나는 지상과 천상의 모든 것들. 한없이 끌려 들어가는 매혹적인 화면 속에 아름다움과 영성이 찬란하게 빛나는 신비한 그림이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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