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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The Kiss c. 1961)
01/14/19  

로이 리히텐스타인 (Roy Lichtenstein 1923 – 1997)

(캔버스에 유채  203.2 cm x 172.7 cm로이 리히텐스타인 재단 소장)

                                                                                            

팝 아트 대표 작가 중의 하나인 로이 리히텐스타인의 1961년 작품이다. 리히텐스타인은 ‘키스’라는 주제로 연작을 제작했는데 모두 포옹하고 있는 남녀의 모습을 클로즈업한 이미지이다. 리히텐스타인 특유의 만화 형식을 차용했다.

 

팝 아트는 이상적인 미술의 영역을 상업을 포함한 현실의 영역으로 확장시켰다. 이 그림이 광고 인쇄물같이 보이는 것도 그러한 의도와 제작 기법의 결과이다. 그림 속에서 선은 단순하고 강렬하며, 서너 가지로 제한된 색채는 복제된 인쇄물의 제작 과정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무엇을 복제한 것일까? 자체 이미지를 복제해 대량생산 했다는 의미가 제일 크겠지만, 아무래도 ‘키스’라는 이미지의 원형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황금빛 그림 ‘키스’가 아닐까. 1907 년경에 제작된 클림트의 ‘키스’는 캔버스에 유채와 금박으로 그렸다. 발표 당시 전통적인 그림에서 벗어나 디자인의 요소가 강하다는 평을 받았던 혁신적인 그림이었다. 그러나 60여 년 후에 로이 리히텐스타인이 그려낸 이 팝 아트 ‘키스’에 비하면 골동품처럼 보인다.

 

황금비가 쏟아지는 꽃 벌판에서 역시 황금색 망토로 여성을 휘감아 안은 남성이 열정적인 키스를 퍼 붓는 그 로맨틱하고 환상적인 그림을 떠 올리면, 리히텐스타인의 ‘키스’는 만화 페이지를 순식간에 넘겨 버리듯 단도직입적이고 즉각적이라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여성의 금발머리를 움켜진 남자의 주먹과 제복인 듯 딱딱한 모자와 윗도리는 또 뭐란 말인가. 남자의 목을 감싸 안은 여성의 뾰족하고 빨간 손톱, 역시 빨강을 공유하는 입술과 드레스도 밋밋하고 차갑다. 단순한 색채와 선으로 이루어진 이 인스턴트 음식같은 그림은 ‘키스’에 대한 환상과 로맨스 따위는 걷어치우라고 말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하다.

 

하지만 사랑의 행위마저 대량 생산 라인에서 찍어 내듯 흔하고 대수롭지 않아진 현대인의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것 같아 은근히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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