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노란 수선화 #3 (Yellow Jonquils #3 c. 1936)
01/22/19  

죠지아 오키프 (Georgia O’Keeffe 1887 – 1986)

(캔버스에 유채 76.8 cm x 102.2 cm미주리 켐퍼 현대 미술관)

 

비가 일주일 내내 쏟아지던 지난 주, 수선화 다섯 포기가 심겨진 작은 화분을 샀다. 구근 식물인 수선화는 화분 속 흙에서 고이 잠자고 있다가 봄이 올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이 한 겨울에 벌써 싹을 틔우고, 줄기와 잎이 자라고, 노란 꽃망울까지 터뜨렸다.

 

햇빛이 드는 창가에 놓아 두려 했건만 계속 비가 오는 바람에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부슬부슬 비가 밤새도록 내리던 밤, 모래가 섞인 흙이 말라가는 것을 보고 수돗물 대신에 비를 마음껏 맞으라고 발코니에 내어 놓았다.

 

다음날, 수선화는 거짓말처럼 무려15센티가 자라 있었고 꽃망울은 활짝 피어 만개해 있었다. 귀엽게 뾰족뾰족 솟아 오른 초록색 잎은 저만치 피어 있는 노란 꽃송이들을 올려다 보고만  있었다.  

 

꽃 그림을 그린 화가는 많은데 수선화를 그린 화가는 그리 많지 않다. 금방 피고 금새 져 버리는 그 여리고 앳된 꽃은 그리 좋은 모델이 아닌가 보다.

 

죠지아 오키프가 그린 이 수선화는 지상의 꽃이 아닌 것만 같다. 여러 송이가 합쳐져 천상의 꽃처럼 아련하다. 일생 동안 꽃을 그렸던 오키프는 그저 아름답고 보기 좋은 대상으로 꽃을 그리지 않았다. 들여다 보고 또 들여다 본 끝에 눈 앞에 펼쳐지는 꽃의 세계를 그렸다. 그녀가 그린 무수한 꽃들은 우리가 알던 관상용 식물이 아니라 개성과 존엄을 가진 생명체로 화면에 펼쳐진다.

 

오키프의 수선화는 노랗고 잎사귀도 노랗다. 자세히 보면 잎사귀는 수선화의 뾰족한 잎이 아닌 다른 식물의 넓적한 잎사귀이다. 아마도 흙에 심겨진 자연 상태가 아니라 꺾여져 한데 묶인 수선화 꽃다발이리라. 공중에 부유하는 듯한 이미지가 이해 된다.

 

수선화는 곧 질 것이다. 생명의 시작이었던 구근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흙 속에서 잠을 잘 것이다. 찰나에 사라지는 이 어여쁜 식물은 작은 화분에 심겨져 있지만 저 멀리 노란 수선화가 만발한  이름 모를 나라의 깊은 골짜기를 상상해 보게 한다. 곧 다가 올 봄에 대한 기대도 가만히 부풀게 한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