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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브라 벤치의 초상 (Portrait of Ginevra de’Benci c. 1474 - 1478)
02/04/19  

레오나르도 다 빈치 (Leonardo da Vinci 1452 – 1519)

(목판에 유채 42 cm x 37 cm 워싱턴 DC 국립 미술관)

 

‘지네브라의 초상’은 워싱턴 DC 국립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일반에게 공개되어 있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그림이다. 1967년에 국립 미술관이 5백만 불을 주고 구입했는데 그 당시 상상을 초월한 최고의 그림 가격이었다고 한다..

 

  그림 속 소녀의 이름은 지네브라 데 벤치, 15세기 피렌체 귀족 가문의 딸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이 초상화를 그렸을 때, 그녀의 나이는 16세였고 막 약혼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네브라는 학식과 교양을 겸비한 미인으로 소문이 나 있어서 당대 피렌체의 유명 시인들이 앞 다투어 그녀에게 시를 지어 헌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림 속 지네브라의 눈동자는 어디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모나리자’를 예감하게 하는 시선의 모호함이다. 그러나 희미하게 미소 짓는 모나리자와 달리 창백한  피부에 금발의 이 미녀는 그저 무표정하기만 하다. 그림 속 배경에는 아마도 고향 피렌체인 듯 한 풍경이 저 멀리 보이지만 그녀를 온통 둘러싸고 있는 것은 주니퍼 나무의 검푸른 그림자이다.

 

주니퍼 나무는 여성의 정숙함을 상징한다고 한다. 지네브라가 아름다운만큼 그녀의 정숙함이 그에 못지 않다는 것을 의미 했으리라. 또, ‘주니퍼’를 이탈리아 어로 ‘지네프로’라고 하기 때문에 그녀의 이름을 상기시켜주는 역할도 한다.

 

정숙하고 아름다운 지네브라. 깊게 팬 눈꺼풀을 반 쯤 뜨고 알 수 없는 피안의 세계를 보고 있는 듯한 이 엄숙한 소녀의 얼굴은 주위를 뒤덮은 금녹색 주니퍼 나무의 그늘로 인해 달빛처럼 희게 빛난다. 이  신비한 모습과 분위기는 훗날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 속에서 완벽히 재현해 내었다.

 

오백 년의 세월과 바다를 건너 온 기나 긴 여행. 그러나 지네브라는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다. 멀리서 불어 오는 바람 사이로 주니퍼 나무 잎새가 고향의 언어로 그녀의 이름을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는 듯 하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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