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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박병의 꽃 (Large Bouquet in Gilt-Mounted Wan-Li Vase, c.1620)
02/11/19  

암브로시우스 보스케르트

Ambrosius Bosschaert (1573-1621)

(캔버스에 유채 80.0 cm x 54.6 cm. 패사디나 노턴 사이먼 미술관)

 

꽃은 언제나 아름답다. 보기만 해도 좋고, 받으면 행복하고, 누군가에게 줄 때는 마음이 설렌다. 꽃 그림도 마찬가지다. 한 폭의 꽃 그림을 보면 마치 손으로 만질 수 있고 향기에 취할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꽃 그림은 17세기 네델란드에서 활짝 피었다. 활발한 무역과 풍요한 경제발전에 따라 부유한 중산층 계급이 생겨난 시대이다. 물질적 여유를 누리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집안을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 했다.  그에 따라 벽을 장식할 그림에 대한 수요도 폭발했다. 각종 풍경화와 정물화가 팔려나갔고 그림 길드가 번창했다.

 

암브로시우스 보스케르트는 꽃 그림의 유행을 주도한 화가였다. 당시 이국적인 희귀 화초여서 부르는 것이 값이었던 튤립을 항상 그려 넣었고 장미도 꼭 포함시켰다. 금박 병에 꽂은 이 꽃다발을 자세히 살펴보면 튤립, 장미, 아이리스, 카네이션, 나리, 수선화, 라일락, 국화, 할미꽃, 엉겅퀴, 등 각기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이 한꺼번에 꽂혀 있다. 정확한 식물도감처럼 극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사실은 계절 별로 따로 그린 꽃들을 화실에서 모아 합친 꽃 그림의 종합판이다. 이렇게 그린 꽃 그림들은 사진 기술이 없었던 17세기에 꽃도매상들의 팜플렛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람들에게 수집 욕망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니 자연미의 극치로 보여지는 꽃 그림이 물질적 소유욕을 자극했던 셈이다.

 

짜깁기 식으로 인위적으로 그렸지만 검은 화면에 손에 잡힐 듯 자연스럽게 빛나는 금박병의 꽃들은 정말 탐스럽다. 거실에 걸어놓고 두고두고 보고싶다.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면 가끔 생각이 난다. 그럴 때면 패사디나에 있는 노턴 사이먼 미술관에 가서 이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고 온다. 가까이 있는 미술관이니 내 거실에 있는 그림이나 마찬가지라고 마음대로 생각한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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