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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36. 은방울 꽃
02/25/19  

산 마르코 성당 박물관에도 들렸다. 마지막 전시실에는 대대로 피렌체에서 발견된 건축물 잔재나 조각들을 보존, 전시해 놓았는데 정말 놀랍기만 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의 유물이니 귀중한 것들이겠지만 돌멩이 하나도 버리지 않고 다 모아놓은 것이 정녕 예술애호가들의 후손 다웠다. 그 사소하지만 무한한 열정과 정성이 어린 전시물들을 보고 피렌체 사람들, 아니 이탈리아 사람들은 조상의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을 자격이 있다고 느꼈다.

 

건물을 나가기 전에 선물 가게도 들려 본다. 자그만 가게에는 주로 성당의 모형과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엽서들이 많았는데 나는 수태고지 그림을 모은 조그만 그림책을 골라 들었다. 그리고 수태고지와 ‘놀리 메 탕게레’ 그림을 르네상스 기법 그대로 복사한 미니 프레스코 벽화를 두 조각 샀다. 과하다 싶게 좀 비쌌지만 꼭 가지고 싶었다. 산 마르코 성당 수도원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R에게 뭐 사고 싶은 것 없냐고 물어보니, “내 몫까지 엄마 원하는 것으로 다 사!” 라고 한다. 어쩌면 말도 그렇게 기특하게 하는지.  

 

성당 수도원의 출구로 가려면 자그맣고 소박한 정원을 지나가야 했다. 마치 가정집에서 정성껏 가꿔 놓은 듯한 그 정원에는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에 나오는 풀과 꽃들이 실제로 가득 해 우리는 탄성을 질렀다. 그 소박함과 어여쁨이 이 세상 정원이 아닌 것만 같았다. 싱싱하고 예쁜 꽃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우리는 꽃밭에서 또 한참을 머물렀다. 꽃이 피어 있는 화단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보니 색깔과 빛이 너무나 곱게 나와 우리가 프라 안젤리코의 그림 속으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정원에서 놀고 있는데 검은 옷을 입은 수녀님이 나타났다. 우리를 보고 이탈리아 어로 뭐라고 하신다. 아마 문을 닫았으니 빨리 나가라고 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손을 흔들면서 조그만 철문으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퇴장한 손님이 된 우리는 아쉬움에 그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정말 꿈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산 마르코에서 나와 또 중세 거리를 지난다. 어느 골목길에서나 두오모와 조토의 종탑이 보인다. 한참 걸어가니 다시 두오모가 앞에 나타났다. 쨍쨍한 맑은 하늘 아래 찬란하게 서 있는 두오모,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그 앞 광장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가득했다.

 

오늘은 그 광장에 작은 노점들이 나와 있었다. 수공예 보석과 장식품을 파는 가게들이었다. 구경을 하면서 가는데 디자인과 품질이 대단했다. 광장에 나와 있는 노점이라고 별 생각없이 보다가 우리도 모르게 빠져들어 정신없이 구경했다. 한 노점에서 금박과 조그만 진주들로 장식한 은방울 꽃 브로치를 발견했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멋진 공예품이었다. 노점 주인은 바싹 마르고 날카롭게 생긴 중년의 이탈리아 아줌마인데 직접 물건들을 만드는지 안에서 작업을 하다가 우리를 내다 보았다. 값을 물어보니 75유로라고 한다. 물건에 비해 그다지 비싸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사기로 했다. 이제는 팔십 노인이 되신 엄마의 모교 꽃이 은방울 꽃이었다. 브로치를 엄마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피렌체에서 날아 온 은방울 꽃 브로치. 꽃의 성모 마리아 성당 앞에서 샀다고 말씀 드릴 것이다.

 

그 옆에 시뇨리나 광장을 지나면 가죽가방 노점들이 있는데 그 곳은 들어가지 않았다. 피렌체가 가죽제품이 유명하기는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가 안 좋았다. 들어갔다가 또 소매치기를 당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고, 가죽이 좋기는 하지만 제품들이 어쩐지 짝퉁같은 느낌을 주어서 별 흥미가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폰테 베키오를 다시 건너 일단 숙소로 돌아 가기로 했다. 구입한 물건들을 숙소에 두고 피티 궁전으로 갈 예정이었다. 다리 위에 보석상들을 보면서 지나갔다. 이번에는 금제품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는데 품질이 매우 좋아 보였고, 디자인들도 괜찮았다. 마음에 드는 물건들이 많았지만 시간이 없어 값은 물어 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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