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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펍
04/23/18  

(Pub)

 

우리는 대영 박물관에 갈 때 내렸던 드루어리 레인까지 다시 걸어가 242 번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버스 이층에서 내려다 본 런던 거리는 어둠이 완전히 내려서 약간 스산하게 보였지만 번화한 불빛 사이로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가는 사람들 때문에 여전히 활기 찬 대도시의 모습이었다.

 

하루 종일 걸어 다녀서 피곤한데다가 식사를 배불리 한 후라 노곤해졌다좌석에 몸을 묻고 나는 R의 손을 정답게 잡으며 말했다. ‘우리 딸 덕분에 엄마는 런던 시내 전체를 자유롭게 버스와 튜브를 타고 다니니 너무 좋다네가 없었으면 엄마는 아무 데도 못 다닐 뻔 했잖니.’ 그러자 은 아니라고 한다. ‘엄마핸드폰에 구글 맵만 있으면 다 찾아 다닐 수 있어엄마 혼자라도 문제없어.  You can do it, Mom’ 그러나 아날로그 세대인 엄마는 그렇게 자신있게 말하지 못한다.  사실은 오늘 아침에 커피샾을 찾으러 나갔을 때도 0.2 마일 거리 안에서 좀 헤매지 않았나.  결국 찾기는 했지만 뚝딱 찾은 것은 아니다.  R 덕분에 시간 손실 없이 알차게 런던을 잘 보며 다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버스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오는 길에 세인즈베리 로컬에 들러 물을 사 가지고 왔다오는 길에 쇼딧치 동네 선술집 펍(Pub)마다 젊은이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지나치면서 들여다보면 실내는 꽉 차서 발 디딜 틈이 없고젊은이들은 펍 바깥까지 길을 꽉 메울 정도로 뭉쳐 서서 손에 다 맥주 한 잔씩 들고 담배를 피우며 이야기에 열중하고 있다이런 광경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시내에서도 많이 보았다특히 퇴근 시간이 되면 펍에 몰려 들어 한잔하고 집에 가는 것이 일상인 영국사람들은 실내에 자리가 없으면 술잔을 들고 길거리로 몰려 나간다.  그렇게 몰려 서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엄청나기 때문에 미국에서 간 내 눈에는 마치 무슨 일이 난 것처럼 보였다처음엔 왜 무슨 일이냐고 R에게 물었을 정도다미국에선 실외에서 술을 들고 마시는 것도 불법이고무엇보다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술집 바깥에 모여 떼를 이루고 있으면 아마 경찰이나 소방차가 출동했을 것이다그러나 몇 번 그런 광경을 보고 나니 익숙해졌고 이제는 재미있게 보였다.나도 기회가 있으면 한 번 그렇게 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바램이 하루 만에 이루어질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숙소에 돌아 온 우리는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져 우선 한숨 잤다눈을 뜨니 밤 10.  샤워를 하고 일기를 쓰면서 내일 일을 계획했다내일은 낮에 테이트브리튼(Tate Britain) 미술관을 관람하고 저녁에는 뮤지컬을 관람할 예정이다연극과 뮤지컬의 본고장인 런던에 왔는데 한 편도 보지 않을 수는 없다사실 낮에는 돌아다니고 밤이 되면 할 일이 없으니까 뮤지컬을 두 편 보기로 계획을 세웠었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과 위키드 (Wicked).  레미제라블을 나는 일전에 보았지만 R이 한번도 못 봐서 보기로 했다위키드는 R과 함께 옛날부터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이번에 런던에 온 김에 이틀 동안 몰아서 두 편을 관람하기로 했다.  런던으로 오기 전에 표를 다 예약해서 그냥 극장에 가기만 하면 된다.

 

하루 종일 혹사한 발이 너무 아팠다로스엔젤레스에서 별로 걷지를 않다가 여기서는 하루에 평균6-7 마일씩 걸어 다니니 아픈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관절염 무릎이 버티어 주는 것이 감사할 뿐이었다새끼발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반창고를 붙이는데 이번에는 다리에 쥐가 났다.  얼른 일어나서 굽혔다 폈다 하는데도 가라앉지가 않는다칼슘을 복용하고 마음을 진정시켰다곯아 떨어진 R은 한번도 깨지 않고 기절한 듯이 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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