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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피렌체 여행기_37. 피렌체 최고 수제화 ‘만니나 (Mannina)’
03/04/19  

우리는 숙소에 들러 물건을 내려 놓고 과일을 먹으면서 잠시 쉬었다.  그다지 배가 고프지 않았고 저녁을 일찍 먹기로 했기 때문에 점심 식사는 건너 뛰기로 했다. 다음 행선지는 피티 궁전이다. 우리 숙소에서 가까운 위치였다.

 

기운을 차리고 다시 숙소를 나왔다. 우리 숙소가 있는 골목에는 가게가 여럿 있었다. 그 중에서도 우리 숙소 바로 옆에 조그만 공방이 있었는데 수제화를 만드는 곳이었다. 매일 아침 저녁 지나치면서도 바빠서 자세히 보지 못했다. 오늘은 어쩐지 들어가 보고 싶어서 ‘만니나 (Mannina)’ 라고 하는 그 구두 공방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작은 공방에는 가죽과 발 모양 나무 견본, 구두를 만드는 각종 기구들, 구두 샘플 등이 가득 했고, 가죽 에이프런을 걸친 이탈리아 아저씨 한 명과 한국인처럼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일하고 있었다. 우리는 인사를 하고, 바로 옆 숙소에 머물고 있는데 궁금해서 들어와 봤다고 말했다.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에 사람 좋게 생긴 이탈리아 아저씨는 떠듬거리는 영어로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자기네는 100 퍼센트 수제화를 만드는 곳이라며 공방 안에 가득 걸려 있는 나무 발 견본들을 가리킨다. 수제화를 맞추면 얼마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발 본을 떠야 하므로 800 유로를 받고 (손님이 원하는 가죽, 구두 스타일, 장식까지 다 고를 수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켤레부터는 조금 싸다고 했다.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 보았다. 지금 주문하면 11월에야 배송할 수 있다고 한다. 구두를 받으려면 거의 7개월쯤 걸리는 셈이다. 벽을 둘러 보았다. 손님들 발 본이 들어 있는 박스들에 이름이 하나씩 써져 있다. 한국 이름들도 많았다. 첫 번째 구두만 손님이 직접 와서 본을 뜨면, 그 발 본을 보관하고 있다가 손님에게서 연락이 올 때마다 그대로 만들어서 보내주는 식이다.

 

피렌체에 관광 왔다가 ‘만니나’에서 구두를 한 번 맞추면 그 후로 평생 이탈리아 피렌체 제작 수제화를 신을 수 있다.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멋있지 않니? 연락만 하면 피렌체로부터 근사한 이탈리아 가죽 수제화가 날아 오는 거야! 우리도 한 켤레씩 맞출까?” 800유로나 하는 구두 값은 안중에 없이 나는 무조건 들떠서 R에게 물었다. 그러나 R은 역시 현실적이다. “엄마, 돈 생각을 좀 해 봐. 800 유로야! 달러로 900불이 넘어! 그리고 난 싫어. 내 발 모양이 바다 건너 멀리 피렌체 구둣방에 혼자 걸려 있을 생각을 하니까 왠지 으시시해!” 엉뚱한 대답을 듣고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아저씨도 싱긋 웃었다. 아가씨는 견습생 같았는데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개를 푹 숙이고 작업 중인 구두만 만지고 있었다.

 

우리는 허락을 받고 구두 공방 내부와 아저씨 사진을 찍고 그 곳을 나왔다. 이탈리아 아저씨는 사진을 찍히는 게 익숙한지 아주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해 주었다. 떠나는 우리에게 골목을 돌아가면 자기네 매장이 있다고 하면서 기성화는 100-200 유로 정도 하니까 들러 보라고 일러 준다.

 

골목을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니 정말 ‘만니나’ 매장이 있었다. Via de’Guicciardini 16. 허름한 구두 공방과는 달리 산뜻하고 멋있는 매장이다. 들어가 보니 남녀 가죽 구두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정말 품질이 좋았고 가격도 괜찮았다. 내가 구두를 둘러 보는 동안 R은 ‘만니나’를 검색해 본 모양이었다. “엄마, 이 집 굉장히 유명하고 전통 있는  집이야! 피렌체에서 제일 유명한 가죽 수제화래!” 우리는 날씬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이탈리아 가죽 구두들을 실컷 구경하고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사고 싶기도 했지만 더 이상은 시간이 없어서 아쉬움을 남기고 ‘만니나’를 나왔다.

 

골목을 돌아 나왔다. 앞이 시원하게 열리며 피티 궁전이 보인다. 벽돌로 요새처럼 쌓아 올려 든든하게 보이면서도 웅장하고 우아한 성이다. 입장하기 전에 궁전 맞은 편에 젤라토 가게가 눈에 띄었다. 하나씩 먹기로 했다. 둘 다 스몰 사이즈로 R 은 딸기 맛, 나는 커피 맛으로 주문했다. 며칠 전에 바가지를 썼기 때문에 이번에는 두 번 세 번 말하며 확실하게 주문했다. 스몰 사이즈는 손 안에 쏙 들어 오고 몇 입만 먹으면 금방 없어질 정도로 작은 양이다. 간식으로 먹기에 양도 딱 맞고 정말 맛있었다. 내 젤라토는 갈아 넣은 원두가 오독오독 씹히면서 커피 향이 기가 막혔다. R의 딸기 젤라토도 생생한 딸기 맛. “아, 이제야 이탈리아 젤라토를 제대로 먹는구나!” 우리는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바가지를 썼던 불쾌한 기억을 재미있는 추억으로 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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