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여행
홈으로 그림여행
봄 (Le Printemps c. 1873)
03/04/19  

쟝 프랑스와 밀레 (Jean-Francois Millet 1814-1875)

(캔버스에 유채. 86 cm x 111 cm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나는 봄의 소나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내 눈은 봄비가 내리는 풍경만을 위하여 존재한다. 내 눈이 파릇파릇 돋아나는 초록의 잎들과 꽃들이 만발한 나무들이 있는 풍경 속의 비와 무지개 만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 밀레 -

 

 '만종'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쟝 프랑스와 밀레는 1849년에 퐁텐블로 숲 속의 작은 마을인 바르비종에 정착해 직접 농사를 지으며 대지의 풍경과 그 속에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농민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루소, 코로, 뒤프레, 디아즈 게 라페냐, 트루아요, 도비니 등 동료화가들과 함께 농촌의 자연풍경을 로맨틱하고 서정적으로 그려낸 바르비종파의 대표적 화가가 되었다.

 

이 풍경화는 밀레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먹구름이 밀려가며 막 소나기가 지나가고 무지개가 떠 오른 바르비종 전원의 봄을 그렸다. 원래 '사계' 연작의 한 부분으로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 겨우내 잠자고 있던 들판에 꽃이 만개하고 숲이 살아나며 생동감이 넘쳐 흐른다. 물기를 흠뻑 머금은 들판의 땅은 마치 앞으로 다가올 여름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듯 하고, 나무 밑에 비를 피해 서 있는 농부는 자연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인 인간의 모습 같다.

 

그림 앞에 서면 마치 그림 안에서 태양이 떠오르는 것처럼 눈이 부시다. 놀랍도록 선명한 색채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화폭 안에 담고자 했던 거장의 마지막 숨결이 느껴지는 듯 하다. 이러한 밀레의 노력은 밀레의 작품세계를 예찬했던 모네, 쇠라, 반 고흐같은 젊은 화가들에게 전해지며 인상파의 탄생을 예고한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는 것처럼 '근대 농촌의 호메로스'라 불렸던 농촌화가이자 철학자였던 스승은 찬란한 봄을 보여주며 젊은 제자들에게 길을 내어주고 사라져 갔다.

 

오르세 미술관에 걸린 수많은 그림들 속에서 이 그림은 압도적으로 빛났다. 이것은 이 세상 어디에 존재하는 풍경일까? 아니면 이것은 온 세상이 빛과 색채 속에 깨어나 생명을 합창하는  거대한 봄의 교향악일까? 장엄한 화면은 시각과 후각, 청각과 그리고 마음까지 관객의 온 존재를 일깨웠다. 깊은 사랑과 겸손의 손길이 아니면 도저히 그려 낼 수 없을 것만 같은, 거의 성스럽고 영적이기까지 한 놀라운 그림이었다.  

 

김동백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