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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테이트브리튼 미술관
04/23/18  |  조회:172  

테이트브리튼 미술관

 

5 8 아침.  어젯밤에 충분히 숙면을 취했으므로 상쾌하게 일어났다오늘은 테이트브리튼 (Tate Britain) 미술관을 관람할 예정이다테이트브리튼 미술관은 영국에서 가장  미술관 중에 하나이고 튜더왕조 시대부터의 영국 미술 작품들과 영국 화가  J. M. W. 터너(Turner)  매우 중요한 컬렉션이 있다.  터너가 죽으면서 자신의 소장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했기 때문이다그리고 마침 세계적인 영국 화가 데이빗 하크니(David Hockney)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평생   볼까 말까  전시라 기대가 충만했다

 

우리는 일찌감치 준비를 마치고 숙소 근처에서 근사한 아침을 먹었다. Attendant Café.   쇼딧치에서 한창 떠오르고 있는 카페라고 한다아주 예쁘고 조용하고 멋진 카페였다밖은 춥지만 실내는 식물을 푸르게 키우고 있어 쾌적하고 기분이 좋았다에스프레소 커피 냄새가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출근 길의 사람들이 연신 들어와 커피와 간단한  종류를  들고 나간다자연목으로 만든 테이블에는 젊은이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랩탑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우리는 반숙한 계란소세지베이컨토마토버섯푸른 야채연어 등이 접시 가득 나온 아침을 맛있게 먹었다모든 재료는 유기농으로 신선하고 풍미가 가득 했다배부르게 먹어 하루 종일 먹지 않아도   같았다.

 

아침을 먹고 있는 중에 R  연신 핸드폰을 들여다 보고 무언가 메시지를 보내며 바쁜 눈치였다내버려두면서 보고 있는데 “엄마이따가  친구들이 온대.” 라고 말한다. “누가어디로?” 하고 되물었다. “ 영국 친구들엄마 왔다고 인사하러 온대테이트브리튼에서 만나기로 했어.”  , R 영국 친구들나는 반갑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면서 갑자기 즐거워졌다. “그래이따가 만나 보자!”

 

우리는 튜브를 타고 10시에 개관하는 테이트브리튼으로 이동했다영국 지하철은 땅속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완벽한 지하세계이다땅속으로 지하철을 타러 내려갈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테이트브리튼은 런던 중심지 밀뱅크에 위치하고 있다미술관으로 들어가려면 계단을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정면으로 그리스 로마식 기둥 여섯 개가 삼각형 박공벽을  받치고 있는 구조이다.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우아한 건물이다건물 양쪽으로 데이빗 하크니 전시 배너가 걸려 있었다.  

 

테이트브리튼 미술관 또한 무료로 입장한다.  여기도 기부금을 넣을  있는 유리 항아리가 있다.  역시 5 파운드짜리 지폐가 가득 들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점잖고 기품이 넘쳐 흐르는 미술관이 눈앞에 펼쳐졌다.  테이트브리튼은 영국의 귀족들이 대대로 자신들의 가문에서 수집해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해서 이루어진 컬렉션과 그들의 기부금으로 미술관이 수집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영국의 미술을 보존하기 위해 애쓴 노력의 산물이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곳에 있었는데 소장 컬렉션이 방대해지면서 현대 미술은 테이트모던 (Tate Modern)으로 분리해 나가고 이곳 테이트브리튼에는 전통 영국 미술품들이 주로 전시되고 있다.  

 

 입구에서 시작하는 전시관부터 보기 시작했다튜더왕조 시대부터 시작한다평소 알지 못했던 작품들이 많이 있었고정말 영국적인 그림과 조각들이라는 느낌이 들면서 점점 전시에 빠져 들어 갔다.  그때,  “안녕하십니까미세스 ?  R 어머니시죠?” 라는 유려한 브리티시 액센트의 목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키가 크고 갈색 머리에 헤이즐 빛깔 눈동자의  준수한 청년이  있었다

 

아하, R의 영국 친구가 왔다!   “안녕맞아요내가 R의 엄마야.  만나서 반가워요.” 나는 키 큰 청년을 올려다 보면서 악수를 청했다뽀얀 우유 빛 피부에 하얀 이가 반짝거리는 정말 잘 생긴 청년이다. “엄마내 친구 해리(Harry).  해리미국에서 오신 우리 엄마야.” 어느새 R이 나타나서 부지런히 소개를 했다. “미세스 김만나 뵙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해리는 정중하고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해리해리 왕자님과 같은 이름이네?” 라고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해리와 R, “해리는 영국에서 정말 흔한 이름이에요.”라며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해리와 R은 학교에서 만났고또 다른 친구들이 오는데 조금 있다가 올 예정이라고 R이 설명했다다른 친구들은 또 도착하면 만나기로 하고 우선 미술관 관람을 계속 하기로 했다내가 전시관 동선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R과 해리는 뒤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따라 왔다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테이트 브리튼은 보면 볼수록 영국인들이 얼마나 자신들의 역사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게 해주는 미술관이었다영국의 미술품들을 수집하고 또 그 모든 것을 온전히 국가에 기증한 귀족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쥬 정신이 빛나는 현장이기도 했다그런데 또한 계속 연대별로 따라 가면서 들여다 보니영국이라는 나라가 매우 리얼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고영국인들이 얼마나 역사와 전통,계급과 신분에 사로잡힌 사람들인지도 알 것 같았다.

 

터너 (Turner) 컬렉션은 정말 근사했다.  사진으로만 보던 그림들을 실제로 보니 그의 천재성이 확실하게 다가왔다터너는 인간적으로는 그다지 좋은 평판을 받지 못했던 화가인데자세히 그림을 들여다 보니 그 까닭을 알 것 같았다그는 거대한 자연의 조화와 기운에 완전히 동화된 작가였고,그 범상치 않은 기운을 완벽히 그림 속에 녹여내는 능력이 있었다그러다 보니 그는 자신을 포함해서 인간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다터너 컬렉션 바로 옆에 죤 컨스터블(John Constable) 컬렉션도 있었는데인간 세상을 초월한 듯한 터너의 작품 옆에서 착실하지만 너무 세속적인 애착에 가득 차 있는 컨스터블의 작품은 터너를 뛰어 넘지 못했다자연에 대한 무한한 경외를 가지고 그려낸 터너의 오리지널 그림들을 나는 한숨을 쉬면서 보고 또 보고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데이빗 하크니 특별 전시관으로 옮겨 가려고 하는데 R의 친구 두 명이 또 도착했다두 명 역시 잘 생긴 청년들이다어떻게 남자 친구들만 사귀었을까속으로 이것 봐라생각하면서 또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전 쌤 (Sam) 이라고 합니다.” 역시 키가 크고 까만 곱슬머리에 까만 눈동자창백한 피부에 약간 쌀쌀한 표정의 청년이 공손하게 말했다. “만나 봬서 반갑습니다저는 윌리엄 (William)입니다.” 해리와 쌤 보다는 약간 키가 작지만 체격이 다부지고 날렵하게 생긴 청년이 또 인사를 했다윌리엄과 해리둘 다 왕자님들 이름이다나는 속으로 재미있어 하면서 영국 미남 청년들과 악수를 했다우리는 우선 다 같이 데이빗 하크니 특별 전시를 관람하기로 했다테이트 브리튼 미술관 자체는 무료이지만 특별 전시는 티켓을 사야 한다.  나는 기분 좋게 티켓을 다섯 장 샀다거의200 파운드하지만 엄마가 왔는데 아이들에게 각자 티켓을 사라고 할 수는 없다!

 

  데이빗 하크니 전시는 그가 왜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전시였다삶을 온전히 미술에 바친 대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의 초기 작품부터 말년 현재의 작품까지 실속 있게 보여주는 회고전이라 전시관도 크고 전시된 작품도 엄청나게 많았다

 

차분하게 다 보고 나니 거의 점심 때가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미세스 김버킹엄 궁전이 여기서 가깝습니다저희가 안내하겠습니다.”라고 해리가 싹싹하게 말했다오케이버킹엄 궁전으로 가자.이 왕자님들과 함께세 명의 영국 청년들과 우리는 테이트 브리튼을 뒤로 하고  흐리고 추운  런던 거리로 씩씩하게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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