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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정경 II (Forest Scenes c. 2008)
03/11/19  

김원숙 (Wonsook Kim 1953 -)

(캔버스에 혼합 매체 137 cm  x 177 cm  시카고 맥코믹 갤러리)

 

한국계 미국 화가 김원숙은 1953년 생으로 부산 사람이다. 한국에서 홍익대학교를 다니다가 미국에 와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미술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녀가 대학원을 졸업했던 미국의 70년대 미술계는 60년대 팝 아트를 거쳐 한창 개념 미술로 옮겨가던 시대였는데 그녀는 특이하게 구상화를 고집했다.

 

그녀의 그림은 일상 생활 속의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모습, 꿈, 상상의 세계, 한국 민화와 전설, 서양의 신화 등 참으로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다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관적으로 그녀의 그림을 특정 짓는 요소는 단순한 이미지 속에 유연하게 나타나는 서정적인 감성이라고 본다. 화가 자신도 자신의 그림을 설명할 때 거창한 관념이나 개념을 차용하지 않고 자신이 느끼고 겪은 감정이나 경험을 통해 쉽게 관객에게 다가오는 편이다.

 

여기 이 그림은 독일 작곡가 로버트 슈만의 마지막 피아노 작품 ‘숲 속 정경’을 듣고 영감을 받아 그린 그림이라고 화가 자신이 밝혔다. 안개 내린 어두운 숲 속에 반딧불, 혹은 눈발같은 빛 무리가 가득하다. 그 숲 속에 나신의 인물이 무릎을 꿇고 땅에 붓으로 무언가를 그린다. 혹은 쓰고 있는 것일지도. 고개를 숙인 그 인물 위로 날개를 활짝 편 또 하나의 나신이 막 숲으로 내려 앉고 있다. 이 인물은 천사일까, 아니면 숲의 정령인 것일까? 고개 숙인 이에게 무언가 속삭이는 듯하다. 두 인물은 투명하게 그려져 있어 발가벗은 몸 사이로 숲의 정경이 그대로 비쳐 보이는데 이 깊은 숲 속에 자연과 사람과 천사는 경계없이 하나의 정경으로 녹아 있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의 마법적인 한 장면인 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마음 속 한 구석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소망의 현현이기도 한 것 같은 이미지이다. 쏟아지는 영혼의 빛 속에서 내가 그리고 있는 내면의 그림 위로 영감의 천사가 내려 앉는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화가는 피아니스트 동생이 슈먼의 ‘숲 속 정경’을 연주하는 콘서트를 위해 연작으로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하는데, 심한 조울증으로 정신병원에 스스로 입원해 생애를 마친 비극의 작곡가 로버트 슈만이 이 아름다운 그림을 보았다면 깊이 위로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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