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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디슘에서의 점심 식사
04/23/18  

디슘(Dishoom)에서의 점심 식사

 

디슘(Dishoom) 1930년대 인도 봄베이 카페 스타일의 레스토랑이다런던에 4개 지점이 있는데 요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맛집이라고 한다우리가 간 곳은 런던 카나비(Carnaby) 지점.  보통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 줄을 서야 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운 좋게 기다리지 않고 바로 테이블을 앉을 수 있었다.

 

영국의 전통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많은 영국인들이 답을 잘 못한다고 한다미국 전통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미국인들이 답을 잘 못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일 것이다.  영국은 오랜 세월 인도를 식민지 지배했던 역사가 있어서 자연적으로 인도 음식이 대중화되어 있는데간혹 어떤 영국인들은 커리가 영국 전통 음식이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있다고.

 

배가 너무 고파서 음식을 주문하고 나서야 실내를 둘러 볼 수 있었다. 20세기 초 인도를 연상시키는 듯한 향수와 현대적인 디자인이 잘 어우러진 인테리어였다곳곳에 녹색 화분을 매달아 놓아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을 살린 것이 인상적이었다음식에 앞서 음료수들이 먼저 왔다남자 아이들은 맥주, R은 피노 그리지오 와인 (미국에서는 미성년인데 영국에서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성인이라고 아주 당당하게 주문한다!), 나는 큐민을 넣은 요구르트 드링크.   건배를 하고 모두 시원하게 한 모금씩 마신 다음나는 엄마의 의무로써 이 영국 청년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해리런던 킹스칼리지  (King’s College) 졸업 예정유럽 정치학 전공지금은 대학원 준비를 하면서 재무 회계 계통으로 컨설팅 일을 하고 있다그러나 그 일은 매일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서 대학원에서는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할 예정이라고 한다.  역시 킹스칼리지 졸업 예정전직 카 레이서(!). 국제 외교학 전공아버지가 정유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아마 그 분야로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윌리엄역시 킹스칼리지 졸업 예정.  정치 경제학 전공역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음영국에서는 대학을 졸업하면 평균 초봉이 3만 파운드 정도이고더 월급이 나은 직장을 찾으려면 힘들다고 한다요새는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3-5년까지 직장을 못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고 한다미국이나 영국이나 좋은 직장을 찾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의 고민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배가 고픈 김에 치킨생선비리아니 (인도식 볶음밥), 새우 요리커리 등 잔뜩 주문했는데 하나같이 너무 맛있었다곁들여 나오는 쳐트니(Chutney) 들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 여러 종류 있었고갓 구워져 나오는 인도식 빵(Naan)도 지금껏 먹어 본 난 중에서 최고였다전통 영국 음식이 아니라도 런던에서 이 정도 수준 높은 맛집에서 식사를 한다면 전혀 불만이 없다.

 

 먹느라고 인터뷰는 잠시 중단했다아이들은 발랄하게 떠들고 웃으면서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왜 영국 여자 친구는 한 명도 오지 않았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일단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우리는 실컷 먹고 디저트로 계피와 연유가 잔뜩 들어간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내가 계산을 하자 영국 청년들은 근사한 점심을 사 주셔서 감사하다고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리고 괜찮으시다면 나머지 오후 시간 동안 또 안내를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너희들 시간이 괜찮다면하고 나는 점잖게 말했는데 속으로는 아주 반가웠다.  

 

우리는 기분 좋게 맛집 디슘에서 나와 또 걷기 시작했다오후의 런던은 잿빛 하늘이 낮게 가라앉은 가운데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제 어디로 가는 거야?’ 라고 내가 물었다.  ‘워털루 광장으로 갑니다’ 라고 해리가 바람 속에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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