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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롤 아르코 계곡의 풍경 (View of the Arco Valley in the Tyrol c. 1495)
04/08/19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 1471-1528)

(종이에 수채화, 펜과 잉크 22.3 cm x 22.3 cm 루브르 미술관)

 

이 수채화는 독일 르네상스 회화의 대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스물네 살 때 그린 것이다. 고향 뉘렌베르크에서 도제 생활을 끝내고 결혼을 한 다음 생애 처음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가 뉘렌베르크로 돌아오는 길에 티롤 산맥의 아르코 계곡에 들러 그 지방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렸다.

 

스물네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화가로서 뒤러의 역량은 이미 대가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공부하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영향을 받았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대가들이 그린 풍경화도 많이 보았을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며 뒤러는 15점의 수채화 풍경화를 남겼다. 그 중에 하나가 티롤 산맥 아르코 계곡의 풍경이다.

 

스물네 살의 젊은이가 1495년 중세기의 봄날 아침에 본 풍경은 이러하다. 청회색으로 부드럽게 산맥을 덮고 있는 나무들과, 계곡 밑에 꿈꾸 듯 펼쳐져 있는 작은 마을, 산맥의 경사면에 촘촘히 심겨져 있는 포도나무, 저 멀리 보이는 산 위의 성곽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히 그린 것이 없다. 세밀하고 정교한 손길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그대로 그려 내었다. 정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차고, 봄날의 기운이 생동하 듯 발랄하면서도 엄격한 균형을 잃지 않는다. 뒤러의 생애 동안 작품 전체를 통해 나타나는 절제된 균형의 미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뒤러가 1495년에 지나간 이 풍경을 3 세기가 지난 후 1786년에 독일의 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또 지나가게 된다. 괴테는 1786년에서 1788년까지 이탈리아 전역을 여행하며 ‘이탈리아 기행 (Italienische Reise)’이라는 여행기를 남겼다. 그 여행기 속에 티롤 지방을 지나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괴테 또한 뒤러가 본 티롤 지방의 풍경을 보며 감탄하고 감명 받는다.

 

알브레히트 뒤러부터 괴테까지 엄숙하고 절제된 성향의 독일인들은 햇빛 가득하고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이탈리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후세의 독일인들 또한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따뜻한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것을 일생의 꿈으로 삼는다고 한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을 읽으며, 그리고 뒤러의 ‘티롤 아르코 계곡의 풍경’을 들여다 보며 그들처럼 북쪽에서 남쪽까지 이탈리아를 쭉 유람해 보는 꿈을 꾸어 본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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