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홈으로 여행
김효신의 런던여행기 펍 크롤
04/23/18  

펍 크롤 (Pub Crawl)

 

리버티백화점에서 나와 우리는 쇼핑 상가 카나비 스트리트 쪽으로 걸어 갔다.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스토어들이 가득 들어 찼다잘 알려진 브랜드도 많았지만 들어가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조그만 부티크 패션 스토어들이 특히 많았다시간이 많으면 하루 종일 천천히 걸어 다니며 쇼핑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아이들과 걷는 동안 펍(Pub)을 몇 개 지나쳤다영국의 펍 문화가 참 인상적이고 신기하다고 말하니 해리가 당장  펍으로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7 30분까지 시간이 있으니 그때까지 다 함께 펍 크롤(Pub Crawl)을 하자고 한다샘과 윌리엄, R까지 그것 참 좋은 생각이라고 신이 났다펍 크롤이 뭐야내가 물었다.

 

펍 크롤은 펍으로 기어 다닌다’ 라는 말 그대로 하루 밤 사이에 여러 개의 펍을 찾아 다니며 술을 마시는 것인데 대개 걸어서 다니고가고 싶은 펍이 멀리 있으면 차를 타고 가거나 드물게는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한다고여러 명이 떼를 지어서 이 펍저 펍 찾아 다니며 마시는 것이라고 하니 한국 음주문화에 비교해 말하자면 일차이차삼차로 마시러 다니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고 간단히 맥주 한 잔 정도 마시고 다음 펍으로 옮겨 간다고 한다이야기를 듣고 보니 언젠가 보았던 영국 좀비 영화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이 펍을 옮겨 다니며 계속 맥주를 마시던 것이 생각났다그것이 펍 크롤이었구나!  

 

중년의 아줌마와 4명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해가 지지 않은 오후에 그렇게 펍 크롤을 시작했다.  해리는 제일 먼저 The Sun & 13 Cantons로 가자고 하며 앞장을 섰다우리는 쭉 줄을 지어 따라 갔다거기가 유명한 펍이냐고 물으니 1700년대부터 영업을 시작했고건물은 1800년대에 다시 지었다고 해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나는 또 기가 죽어서 이젠 뭐가 얼마나 오래 되었냐는 질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소호의 뒷골목을 지나 기억도 나지 않는 모퉁이를 이리 저리 돌아간다거리마다 건물과 사람이 가득 들어찬 도시를 걷고 있으려니 곳곳에 사건과 사연이 얽혀져 맴도는 것 같았다.그런 분위기는 오랜 세월 이 도시에 살아 온 사람들의 기억일 것이다.

 

붉은 벽돌 건물 모퉁이가 나왔다. 21 Great Pulteney Street.  The Sun & 13 Cantons. 무언가 절대 변할 수 없다는 듯 믿음직하고 완고하기까지 한 느낌의 건물이다어둑한 실내로 몰려 들어 갔다.완전히 영국 드라마에 나오는 펍이다길게 실내를 가로지르는 바 뒤에 바텐더가 3명 서 있었고그 뒤 벽에는 온갖 주류사진과 포스터장식품 들이 빼곡하게 붙여져 있었다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한 편이었다우리는 나란히 바에 앉았다맥주를 주문한다내가 미리 술을 잘 마시지 못한다고 했더니싹싹한 해리가 그럼어머니는 Half로 드세요’ 한다보통 마시는 맥주 사이즈가 파인트 (Pint),  16 온스라고 하니까 8온스짜리 절반 사이즈 컵을 말하는 것이다나만 작은 사이즈를 마시나 했더니 아이들도 다 Half를 주문했다.  점심식사를 한 후라 아직도 배가 부를 것이다해리가 다 샀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바텐더들이 젊은 편인데 우리 앞에 바텐더는 완전히 백발의 할아버지였다게다가 매우 퉁명스럽고 못마땅한 표정에 계속 무언가 군시렁거린다특별히 우리를 보고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았고 아마 그 바텐더 자체가 성격이 그 모양인 것 같았다불친절의 화신이 바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지만어쩐지 그게 더 오리지널 펍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재미있었다다 같이 건배를 하고, Cheers, 시원하게 생맥주를 마셨다무슨 맥주인지 해리가 말해 주었는데 이름은 기억 나지 않고 깨끗하면서도 고소한 뒷맛이 아주 좋았다.  그걸 다 마시니 이미 취하기 시작했다.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