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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2. 프랑크푸르트 도착
05/13/19  

보잉 747의 기체는 길고 넓었다. 수백 명의 승객들이 줄지어 들어 오며 좌석들이 차곡차곡 채워져 나갔다. 내 좌석은 어중간하게 중간에 있어서 화장실이라도 가려면 한참을 뒤로 걸어 가야했다. 좌석을 뒤쪽으로 바꿀 걸 하고 잠시 후회가 되었다. 관절염 무릎이 아팠기 때문에 자주 일어나서 움직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출발 예정일 딱 한 달 전에 무릎이 삐꺽하며 극심한 통증이 유발되어 여행을 못 할 줄 알았다. 피렌체 여행이 끝났을 때는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아파서 무릎이 아팠다는 것조차 잊었었다. 매일 강행군으로 걸으며 운동을 했기 때문에 다 나아버린 것 같았다. 그런데 괜찮던 무릎이 코펜하겐 여행을 앞두고 심각하게 고장이 나 버린 것이다. 수술을 각오하고 정형외과 의사에게 찾아가 MRI를 찍었는데 북유럽 여행을 한 달 앞두고 있다고 하니 사람 좋게 생긴 미국인 의사는 벙글벙글 웃으며 수술 대신 한 달 동안의 물리치료를 처방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한 달 동안 스포츠 의학박사가 운영하는 물리치료 센터에 열심히 다닌 끝에 통증없이 잘 걷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의사를 보는 날 정말 고맙다고 인사하니 ‘그래도 조심하시고 계속 무릎을 움직이며 운동하세요’ 라는 당부를 했다. 다짜고짜 수술하자고 밀어 부치지 않은 의사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서비스는 매우 효율적이었다. 감동스런 고객 서비스라기보다는 정확하고 신속하게 목적 달성을 하는 스타일. 탑승하자마자 드링크와 음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으면서 순식간에 할 일을 다 했다. 그대신 서비스를 잘 받았다는 감동은 없다. 하지만 서비스가 나쁘다는 불만도 전혀 없었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자체가 서비스에 대한 철학이 달라서 감성적인 디테일보다 정확도와 효율성을 추구하는지도 모른다. 식사는 시금치와 쌀밥을 곁들인 연어구이. 화이트 와인을 달라고 했더니 매우 훌륭한 독일산 리슬링을 주었다. 식사도 아주 맛있는 편은 아니라고 느꼈지만 따지고 보면 모두 품질이 좋고 손색없다. 겉치레를 하지 않고 실속을 추구하는 것이 독일 스타일인가보다.

 

식사가 끝나자 아니나 다를까 불을 꺼 버린다. 승객들은 모두 잠이 들었다. 내 옆의 중동계 아저씨는 푸짐한 몸을 좌석에 웅크리고 코를 곤다. 그와 그 옆에 담요를 뒤집어쓰고 자는 창가의 청년은 한 번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일어서지 않는다. 나만 무릎이 아플까 봐 일어나서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프랑크푸르트 국제 공항에는 현지 시간 12월 14일 오전 11시 18분에 도착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내다 본 프랑크푸르트는 회색으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기온은 화씨 48도. 간밤에는 밤새도록 뒤에 앉은 아기가 좌석 등받이를 걷어차서 한숨도 못 잤다. 무릎이 불편해서 더 신경이 쓰였는데 아기 엄마에게 불평을 할까 하다가 어린 아이를 데리고 여행하는 젊은 엄마가 힘들 것 같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어린 아기가 버둥거리는 것을 가지고 신경질 낸들 어떻게 하리.

 

비행기는 터미널에 대기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 중. 8-9 분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모든 승객들이 기장 지시대로 시트 벨트를 풀지 않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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