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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Mother c. 1895)
05/13/19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 (Joaquin Sorolla y Bastida 1863 - 1923)

(캔버스에 유채 169 cm x 125 cm 마드리드 소로야 미술관)

 

호아킨 소로야 이 바스티다는 19세기 말 스페인 화가이다. 발렌시아 출신으로 풍경화와 인물화를 주로 그렸고 역사를 주제로 하는 대작도 많이 그렸다. 그의 풍경화 중에서는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그림이 참 좋다. 그의 고향 발렌시아의 햇빛 가득한 해변에서 벌거벗은 아이들이 뛰어 놀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모래사장 위를 거니는 모습이 담긴 그의 바다 그림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그에 비해 이 밝고 아늑한 그림은 소로야에게 매우 개인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얀 방, 하얀 침대 위의 여인은 소로야의 아내인 클로띨드이고 아기는 그들의 작은 딸 엘레나이다. 엘레나의 탄생을 기념하여 그렸다고 한다.

 

온통 흰색으로 그려진 이 그림의 구심점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클로띨드의 얼굴이다. 갓 아기를 낳고 지친 젊은 엄마는 창백한 안색으로 핑크 빛 얼굴의 아기를 보고 있다. 화면 중앙의 두 얼굴 외에는 전부 흰색인데 한 가지 색만 가지고 이렇게 풍성한 느낌의 그림을 그려냈다는 것이 참으로 놀랍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같은 흰색이라도 채도와 명도에 매우 다양한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흰색을 다양하게 변주하며 빛과 어두움을 나타내고, 평면과 입체감을 묘사하며, 아기의 탄생 후에 오는 나른한 피곤함과 충만한 기쁨 등 감성적인 분위기까지 놓치지 않았다.

 

색채를 흰색 하나로 제한함으로써 소로야는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와 단 둘이 있는 둘 만의 순수한 세계를 온전히 그려냈다. 순백의 공간과 멈춰진 듯한 시간 속에 아기와 엄마가 경험하는 완벽한 사랑과 평안이 관객에게도 전해져 온다.

 

아내와 딸을 지켜보며 이 하얀 그림을 그려준 소로야는 훌륭한 화가이기 전에 훌륭한 남편이자 아버지였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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