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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리젠시 카페
04/23/18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리젠시 카페 (Regency Café) 1

 

5월 9일, 화요일이 밝았다. 원래 계획은 일찍 일어나 영국식 전통 아침식사 English Breakfast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어제 펍 크롤을 하면서 맥주를 마시고 놀다가 늦게까지 뮤지컬 관람을 하느라고 무척 피곤했나 보다. 10시 30분까지 늦잠을 잤다. 아침 식사 후에 내셔널 갤러리를 관람하는 것이 오늘의 일정이었는데 이미 스케줄이 밀려 버렸다. 우리는 부시시한 얼굴로 앉아서 잠시 의논을 했다. 그냥 포기할까? 아니! 우리는 둘이 똑같이 고개를 저었다. 영국에 왔는데 전통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는 꼭 먹어야 한다. 이른 점심으로 먹기로 했다.

 

우리는 후닥닥 준비를 하고 나가서 튜브를 탔다. 우리의 목적지는 리젠시 카페 (Regency Café). R이 런던에 처음 와서 구글 검색으로 찾은 식당인데, 알고보니 런던 관광명소 중 유명한 맛집이라고 한다. 한 번 가서 먹어본 후에 또 가고 싶었던 곳이라고. Northern Line을 타고  Euston까지 가서 Victoria Line으로 갈아탄 다음 Westminster Pimlico Station에서 내린다.   조금 조용한 주택가를 걸어가니 골목 코너에 Regency Café라고 간판이 붙은 조그만 식당이 나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모습이었다.

 

우리가 들어갔을 때는 점심시간이 막 시작이 되었는지 이미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우리도 줄을 서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실내 장식이 밋밋하게 타일과 콘크리트, 그리고 나무로 되어 있다. 어딘가 산업적인 분위기가 느껴져서 전쟁 중에 생긴 식당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1946년에 오픈했다고 한다. 2차 세계 대전 종전 직후에 생겼으니 70년이 넘은 식당이다.

 

여기저기 둘러 보며 줄을 서 있는데 갑자기 천둥 치는 소리로 누가 고함을 질렀다. “세트 브랙퍼스트 위드 해시 브라운! (Set breakfast with hash brown!”.  “세트 브랙 퍼스트 위드 토마토 (Set breakfast with tomatoes!)”.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는 소리인가 보다. 손님들이 카운터로 와서 음식을 받아 갔다. 메뉴는 아침식사 세트로 주문하면 계란, 베이컨, 소세지, 토스트, 콩 (Beans), 그리고 커피 혹은 티 (Tea)가 기본으로 나오고, 그 위에 해시 브라운이나 구운 토마토를 추가할 수 있다. 가격은 기본 세트가 5.5 파운드. 그 위에 다른 것을 추가해도 6-7 파운드 정도밖에 안 되니 엄청나게 착한 가격이다. 게다가 손님들이 가져가는 접시를 보니 양도 어마어마했다.

 

계속 천둥소리를 들으며 기다리다 보니 우리 차례가 되었다. 사람들에 가려서 앞이 보이지 않는지라 나는 굵은 저음의 천둥소리 주인공이 덩치 크고 사납게 생긴 남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카운터에 다가가서 보니 키가 작고 얌전하게 생긴 예쁜 아줌마였다! 게다가 주문을 받을 때는 그렇게 상냥할 수가 없었다. 마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것 같았다. 우리는 기본 세트에 R은 해시 브라운을 추가하고 나는 구운 토마토를 추가했다. 커피 한 잔과 티를 달라고 하니 그 자리에서 씩씩하고 정확한 동작으로 밀크를 컵에 확 붓더니 (물론 밀크를 원하는지 미리 물어보고) 펄펄 끓는 물을 티 포트에 부은 다음 그 티를 컵에 콸콸 부어준다. 나중에 마셔보니 뜨겁고 진하고 너무 맛있었다. (영국인들은 멀건 차를 싸구려 같고 빈궁하게 느껴져서 싫어한다고 한다)

 

주문이 끝나면 자리를 잡고 앉아 기다린다. 음식이 나오면 그 얌전한 아줌마가 우렁찬 천둥 목소리로 음식을 불러 준다. 그러면 재빨리 카운터로 가 자기 접시를 들고 와서 먹으면 된다.   손님들은 이런 식으로 음식을 셀프로 가져다 먹는데 완전히 배급 받는 군인들처럼 움직임이 재빠르다. 카운터에서 환히 보이는 주방 안에서도 흰 모자를 쓴 요리사들이 부지런히 주문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모두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특이한 식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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