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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6. Madklubben Vesterbro
06/10/19  

코펜하겐에서의 첫 식사는 ‘맬클루븐 베스타브로 (Madklubben Vesterbro)’라는 곳에서 하기로 했다. 코펜하겐은 오래 된 도시지만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활기찬 도시이기도 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R이 찾아보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아 이번에는 레스토랑 검색을 전적으로 R에게 맡겼다. R이 첫 저녁식사를 위해 선택한 ‘맬클루븐 베스타브로’는 호텔로부터 걸어서 10 분 거리. 우리는 단단히 무장을 하고 추운 코펜하겐의 밤거리로 나섰다. R은 ‘엄마, 지금 코펜하겐에서 한창 뜨고 있는 레스토랑인데 싸면서 맛있는 곳이래’ 하며 구글맵을 보면서 앞장을 섰다.

 

임페리얼 호텔은 지하철역 앞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는데 우리는 남쪽으로 방향을 잡고  빌 베스타포 길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리고 10여분을 걸어간 것 같다. 생각한 것 보다 훨씬 추웠다. 코가 얼기 시작하고 뺨도 얼얼했다. 꽤 넓은 길이었지만 우리처럼 걸어가는 사람들이나 자동차는 별로 없고 자전거만 계속 지나갔다. 코펜하겐에 도착한지 두 시간여밖에 안 되어 무척 낯선 상황인데다 깜깜한 밤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우리는 자전거가 잔뜩 세워져 있는 레스토랑이 오른쪽에 나타날 때까지 구글맵에 의지해서 계속 걸어갔다. 주소는 Vesterbrogade 62, 1620 Kobenhavn.

 

‘맬클루븐 (Madklubben)’이라는 이름은 ‘푸드 클럽 (Food Club)’이라는 뜻이었다.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사람들이 와글거리고 편안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이었다. 높은 천정에 파이프가 다 드러나있는 실내는 긴 직사각형으로 길쪽으로 난 창문을 따라 둥근 테이블이 쭉 배치되어 있었고 안쪽으로는 오픈 주방 앞으로 길게 바가 설치되어 있었다. 레스토랑에 들어섰을 때 첫인상은 온통 촛불이 밝혀져 있다는 것, 그리고 식사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체격이 크고 표정이 밝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촛불이 아니라 레스토랑 안의 전기 조명이 밝고 따뜻하게 촛불같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빈 테이블이 없다고 해서 우리는 바에 앉겠다고 했다. 앉고 보니 나란히 붙어 앉아 먹으며 얘기할 수 있기 때문에 도리어 더 좋은 것 같았다. 물을 먼저 주문하고 와인은 프랑스산 보르고뉴 블랑과 독일산 리슬링을 한 잔씩 주문했다. 우리 웨이트레스는 통통하고 귀엽게 생긴 아가씨인데 물과 함께 ‘식사 전 스낵입니다’ 하면서 작은 갈색 봉투를 하나씩 갖다 주었다. ‘웬 스낵?’ 이라고 생각하며 봉투를 열어 보니 돼지껍질 튀김이 들어 있었다. ‘치차론’이라고 부르는 멕시코 돼지껍질 튀김과 비슷했다. 덴마크는 낙농업이 발달했고 또 돼지고기로 유명하다는 것이 기억났다. ‘아, 덴마크 사람들도 돼지껍질을 먹는구나’ 생각하며 얇고 조그맣게 튀긴 것을 한 조각 먹어보니 파삭하고 고소한 것이 아주 맛있었다. 아주 희미하게 돼지 냄새가 났지만 전혀 불쾌하지 않았다.

 

‘맬클루븐’의 메뉴는 아주 다양했다. 덴마크 전통음식 같은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다 모여 있는 것 같았다. 세트로 주문하는데 요리를 한 가지, 두 가지, 혹은 세 가지를 고를 수 있고 가격은 요리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R은 스테이크 타르타르와 대구 구이로 2종 세트를 주문했고 나는 훈제연어, 큐브스테이크와 함께 아이스크림을 주문해서 나중에 나누어 먹기로 했다. 주문을 마친 우리는 비로소 한숨을 돌리고 마주 앉아 와인잔을 들고 건배했다. “드디어 코펜하겐에 왔네!” 나는 아늑한 불빛 아래 R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R은 활짝 웃으며 “정말, 엄마!” 하며 정답게 잔을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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