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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발의 무도회 (Le Bal a Bougibal c. 1882-1883)
06/10/19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 (Pierre August Renoir 1841-1919)

(캔버스에 유채. 98 x 182 cm. 미국 보스턴 미술관)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는 불우하고 가난한 환경에서 그림을 시작한 초기 시절부터 일관적으로 낙천적인 느낌의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란 즐겁고 유쾌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으며 비극적인 주제의 그림은 그리고 싶지 않다고 선포했다. 그의 그림 소재는 주로 여인, 꽃, 귀여운 어린이들, 웃으며 담소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야외 풍경 등이었다. 그래서 그를 관능, 혹은 삶의 기쁨을 표현한 화가라고 부른다.

 

부지발은 파리 서쪽 근교의 작은 마을이었다. 전형적인 프랑스 농촌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마을로 인상파 화가들이 즐겨 찾던 곳이었다. 르느와르는 어느 날 이곳 야외 카페에서 열리는 무도회 장면을 화폭에 담았다.

 

카페가 차려진 숲 속에 젊은 남녀가 춤을 추고 있다. 보라색 꽃으로 장식한 빨간 모자를 쓴 아가씨의 얼굴이 화면의 구심점이다. 그림을 보는 사람도 발갛게 물든 아가씨의 얼굴을 보고, 아가씨의 허리를 끌어안고 왼손으로는 그녀 손을 꼭 잡고 있는 남자도 밀짚모자 챙 아래로 아가씨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그녀는 눈을 내리깔고 남자의 시선을 수줍게 외면하는데 둥그렇게 펼쳐진 흰 드레스 위로 햇빛이 떨어져 무지개 색을 반사한다. 즐거운 숲 속의 무도회, 음악에 몸을 맡기고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두 사람의 다정한 순간을 포착한 그림이다.

 

르느와르는 말년에 심한 관절염을 앓았다. 그림을 그리기 힘들게 되자 붓을 손목에 묶어 그림을 그리면서도 행복하고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 '나는 꾸미지 않고, 영원성을 간직한 그림이 좋다' 라고 말했던 그는 일상 속에서 삶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표출된 그러한 순간을 그리고자 했다.

 

인생은 흘러 지나가고 사랑도 세월이 흐르면 퇴색해 간다. 그러나 부지발의 무도회에서 춤추고 있는 건강한 이 두 사람은 르느와르의 그림 속에서 늙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초여름 숲 속 환한 햇빛이 비쳐 드는 이 순간 속에 영원히 머무른다.

 

젊음과 사랑의 설렘이 화려한 색채의 향연 속에 어우러져 한 가득 가슴에 다가오는 이 그림은 마음이 고단하고 울적할 때 큰 위로가 된다. 삶은 기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다시 한 번 확신하는 용기를 갖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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