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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런던국립미술관
04/23/18  |  조회:200  

 런던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 (National Gallery, London) 1

 

8번 버스를 타고 가 트라팔가 광장 (Trafalgar Square) 에서 내렸다. 트라팔가광장은 130,000  스퀘어 피트 넓이의 광장으로 그 이름은 1805년에 스페인 트라팔가만에서 벌어졌던 나폴레옹 전쟁에서 영국 해군이 프랑스와 스페인을 물리치고 크게 승리한 것을 기념해 붙여졌다. 중앙에 52 미터 높이의 넬슨 제독 탑이 있다. 트라팔가광장의 상징이고 그 탑은 4개의 사자상이 둘러싸고 있다. 이 광장은 왕실 소유지이지만 1844년에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바로 내셔널갤러리가 보였다.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이다. 광장을 가로질러 갤러리를 향해 걸어갔다. 여름에 광장의 분수대 주위를 관광객들이 가득 둘러싸고 있는 사진을 많이 보았는데 아직 날씨가 추워서인지 별로 붐비지 않았다. 갤러리로 들어가는 긴 계단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있었다.

 

여기도 무료 입장이다. 역시 가방 검사를 하고 들어 갔다. 입구에 있는 도네이션 항아리에도 역시 5 파운드짜리 지폐가 가득 들어있다. 우리도 5 파운드를 집어 넣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또 길고 긴 계단을 걸어 올라가 전시관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고등학생 나이 정도 돼 보이는 학생들이 와글거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학생들 속에 묻어서 함께 계단을 올라갔다. 들리는 소리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등 다양했다. 유럽 전역에서 수학여행을 온 모양이다.

 

계단을 다 올라가니 전시관이 시작되었다. 중세관부터 시작하는데 그렇게 많은 중세 미술을 한꺼번에 본 적은 난생 처음이었다.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어찌나 많은지 지도를 보면서 전시관 방 번호를 따라 움직이지 않으면 길을 잃어 버린다. 평소 중세 미술을 좋아했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미술품들이 한 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니 기가 확 질렸다. 몇 걸음 앞서 걸으면서 사진을 찍어가며 관람하던 R은 나중에 보니 핸드폰을 머리 위에 얹어 놓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중세관이 끝날 무렵 르네상스 관이 시작된다. 거기서 벽 한 코너에 전시된 보티첼리의 ‘신비한 성탄(The Mystical Nativity)’ 그림을 보았다. 기독교적인 삼위일체를 나타내면서도 이교도적인 요소가 다분히 숨어 있는 까닭에 성탄을 그린 그림 중에서 특이한 경우에 해당하는 그림이다.

특히 이 그림은 당시 플로렌스에 나타난 광적인 수도사 사보나롤라가 쾌락과 사치를 맹비난하며 신앙과 검약을 외치는 바람에 예술의 도시 플로렌스 전체에서 미술품들을 다 태워버리는 일이 벌어졌는데, 보티첼리도 자신의 그림을 태웠지만 이 그림만은 숨겨 놓아서 후세에 전해진 그림이다. 이토록 신비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잿더미가 되어 영원히 사라질 뻔 했다니!  그림 앞에 서서, 위험을 무릅쓰고 그림을 숨긴 산드로 보티첼리에게 가만히 속삭였다. 그라찌에, 보티첼리.

 

그리고 또 한 작품.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암굴의 마돈나(Madonna of the Rocks)’. 이 세상 것이 아닌 듯 아름다웠다. 그 정교한 그림 실력은 신의 경지에 오른 것 같았고, 그림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엄청났다. 그림이 걸려 있는 그 방 안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디지털 복제화에서 느낄 수 없는 충격이었는데, 인간이 어떻게 이런 비전을 창조해 낼 수 있었을까? 그림이란 자신의 실력으로 자신이 보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이 그림은 다 빈치의 비전이고 그 비전이 다 빈치라는 인간을 나타낸다면, 다 빈치는 보통 인간이 아니라 초인간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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