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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런던국립미술관2
04/23/18  |  조회:199  

런던 국립 미술관,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London) 2

 

끝없이 나오는 전시관을 따라 계속 걸어갔다. 이제 영국 그림이 시작되는데 ‘색클러 룸(The Sackler Room)’이라고 현판이 붙여져 있는 거대한 전시실이 나왔다. 34번 전시관. 그 현판 설명에는 닥터 모티머(Dr. Mortimer)와 그의 부인 테레사 색클러(Theresa Sackler)가 설립한 색클러 재단이 이 모든 미술품들을 영국 국민들에게 헌정한다고 새겨져 있었다. 귀족인데 아마 그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들을 몽땅 기증한 것 같았다. 그들이 기증한 미술품들은 터너 컬렉션, 토마스 게인즈버러 컬렉션, 콘스터블 컬렉션, 스텁스 컬렉션, 호가스 컬렉션 등 대단한 양과 수준이었다. 자신들의 유산인 그 방대한 미술품들을 국가에 환원하는 영국인들의 고상한 정신이 참으로 귀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색클러 룸은 007 제임스 본드 영화 ‘스카이 폴(Sky Fall)’에 나온다. 제임스 본드가 특수 기술 담당 Q와 만나서 특수 장비와 상하이로 가는 티켓을 건네 받는 장면이다. 터너의 그림 앞에 있는 가죽 벤치에 둘이 앉아 접속을 한다. R과 나는 똑같이 그 터너 그림 앞에 제임스 본드와 Q처럼 나란히 앉아 보았다.  특수 장비나 비행기 표같은 것은 없으므로, 악수를 한 번 하고 껌을 한 조각씩 교환했다.

 

계속해서 영국의 국보급 그림들이 나왔다. 아래 층에도 루벤스와 렘브란트 등 거장들의 보물 그림들이 잔뜩 전시되어 있었다. 루벤스의 소품 ‘밀짚 모자’를 발견하고 너무 즐거웠다. 렘브란트의 귀한 34세, 63세 자화상들도 있었다. 미술관 전체가 보물 덩어리였다.

 

내셔널 갤러리는 건물도 어마어마하고, 영국인들이 자신들의 부와 권세를 당당히 과시하면서도 결코 품위와 세련미를 잃지 않는 찬란한 전시관이었다. 자신들의 미술품 외에도 전 세계로부터 수집해 온 미술품들을 자랑스럽게 전시하고 있는 그 모습에서 기나 긴 역사 속에 자신들이 지배 할지언정 한 번도 남으로부터 지배를 당하지 않은 영국인들의 기개가 느껴졌다.

 

휙휙 지나가면서 보았는데도 어찌나 많은 양의 미술품들을 보았는지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기분이었다. 무릎도 아파오면서 그만 걸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우리는 갤러리 카페테리아에 가서 잠시 쉬기로 했다. 거기에도 수학여행 온 학생들이 와글거리며 모여 있었고, 곱게 화장을 하고 1960년대 복장을 한 것 같은 할머니들이 꼿꼿하게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어떤 할머니들은 멋지게 모자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R에게 물었다. “아, 피곤하다. 오늘 미술관 관람은 이 정도로 마칠까? 저녁도 먹어야 하고 위키드(Wicked) 보러 가야지?” R은 조그만 쿠키를 먹으면서 말했다. “음, 엄마, 피곤하지? 그런데 말이야, 여기 바로 옆에 초상화 미술관이 있거든? 내셔널 갤러리 옆에 붙어 있는데 거기가 참 볼만해. 엄마 무릎 괜찮으면 적극 추천!”


“오, 그래? 그렇다면 놓칠 수 없지!”

우리는 내셔널 갤러리를 나와 바로 옆 초상화 미술관으로 이동했다. 오후의 트라팔가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 퍼포먼스와 음악공연들을 한창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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