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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10. 뉘하운 (Nyhavn)
07/08/19  

아침 식사 후 우리는 계획대로 에멜린보르(Amalienborg) 궁전으로 가기 위해 입센 앤 컴퍼니를 나섰다. 따뜻한 둥지 같았던 카페를 나와 추운 거리로 나서니 갑자기 무릎이 아파왔다. 원래 좋지 않았는데 춥고 습하니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것 같았다. 이 무릎으로 어떻게 험난한(?) 북구 여행을 해 낼지 걱정이 되었으나 잘 버티어 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씩씩하게 지하철 역까지 걸어 갔다.

 

에멜린보르는 마르가레테 덴마크 여왕과 그 가족이 거주하는 궁전이다. 덴마크 왕족이 실제로 사는 곳이기 때문에 영국의 버킹엄 궁전같은 의미가 있고, 궁전을 지키는 왕실 근위대가 매일 거행하는 경비 교대식이 유명하다 해서 꼭 보고 싶었다. 동화 속 왕국같은 덴마크 여행을 여왕이 사는 궁전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름대로 낭만적이기도 했다. 왕실 근위대는 오전 11시 30분에 로즌보르 (Rosenborg) 궁전에서 출발해 코펜하겐의 거리를 걸어 와  에멜린보르 궁전 앞에서 12시 정각에 교대식을 한다고 한다. 우리는 시간에 맞춰 에멜린보르 궁전에 도착하기 위해 서둘렀다.

 

구글맵에 따르면 Forum 이라는 지하철 역에서 Spor 2 라인을 타고 두 정거장을 가서 내린 후 10분 정도 걸어 가야 했다. 코펜하겐에 있는 동안 지하철을 계속 타려면 런던의 오이스터 카드처럼 적립형 지하철 카드를 사는 것이 좋겠다 싶어 라이세코르(Rejsekortet) 라고 하는 카드를 사기로 했다. 그런데 카드를 발행하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웠다. 카드 판매기 앞에서 씨름을 하며 우여곡절 끝에 80 크로나를 지불하고 카드 하나는 샀는데 두 번째 카드는 영 살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라이세코르 카드는 덴마크에 주소가 있는 주민에게만 발행하는 카드라고 한다. 덴마크 주소도 입력하지 않고 첫 번째 카드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으나 두 번째 카드는 포기하고 그냥 1회용 편도 티켓을 사서 지하철을 탔다.

 

우리가 내린 지하철 역은 Kongens Nytorv. 위로 올라 오니 앞에 마가시(Magasin) 라는 큰 백화점이 보였다. 마가시 백화점은 덴마크에서 제일 큰 체인 백화점으로 전국적으로 7개의 지점이 있고 우리 앞에 나타난 것은 마가시 두 노어(Magasin du Nord) 라는 지점이었다. 1870년도에 오픈한 지점이라 19세기 고풍스런 건물에 화려한 백화점이 들어서 있는 것이 어딘지 더 웅장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덴마크 백화점도 한 번 구경해 보고 싶었지만 코펜하겐에 머무르는 며칠 동안 쇼핑할 시간이 있을지는 의문스러웠다.

 

마가시 백화점을 지나 구글맵을 보며 계속 걸어 갔다. 이미 점심 때가 가까워지는 시간인데 겨우 얼굴을 보인 태양은 구름 뒤에 숨어 있어 날씨는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기온은 화씨 36도. 얼음이 얼지는 않지만 얼기 직전의 기온이다. 걸어가는 동안 얼굴에 차가운 바람이 계속 들이쳐 뺨이 얼얼했다. 둘이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계속 걸어가는데 갑자기 그림이나 사진에서 보던 광경이 앞에 나타났다. 코펜하겐의 운하가 시작되는 뉘하운(Nyhavn)!  잔잔한 운하 앞에 알록달록 동화 속에 나오는 집들이 줄지어 서 있는 뉘하운이 눈 앞에 나타난 것이다. 뉘하운도 와 볼 계획이었는데 에멜린보르 궁전으로 가는 길에 갑자기 나타나서 R과 나는 깜짝 놀랐다 (사실 코펜하겐은 조그만 도시라 걸어서 이동하면 하루 종일 계속 연결해서 모든 것을 다 볼 수 있는 구조였다. 대도시 로스엔젤레스에서 간 우리는 공간 감각이 달라서인지 그런 오밀조밀한 구조가 처음에 좀 낯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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