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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런던여행기 세인트 폴 대성당 (St. Paul’s Cathedral) 1
04/30/18  |  조회:263  

5월 10일 수요일이 밝았다. 어젯밤에 짐 정리를 하다가 잠을 설쳐서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부지런히 준비를 했는데도 10시가 거의 다 되어 숙소에서 나왔다. 오늘은 이탈리아 플로렌스로 넘어가기 전에 런던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중에 세인트폴 대성당 (St. Paul’s Cathedral)을 보고, 영국식 재래시장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에 들러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테이트모던 (Tate Modern) 미술관을 관람한 다음, 저녁에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 중의 하나인 ‘리버 카페 (The River Cafe)’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며 멋지게 런던에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야심찬 계획으로 가득 차 있었다.

 

우선 프랫(Pret-a-manger)에 가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밤새 짐 정리를 하느라고 피곤했던지 R은 부스스한 표정으로 말이 없었고, 나도 계속 되는 강행군으로 무릎이 아파서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씩씩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정신을 차린 다음,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세인트폴 대성당으로 향했다. 주소는 St. Paul’s Churchyard, London EC4M.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대성당이 보이며 육중한 종소리가 온 사방에 울려 퍼졌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역사가 서기 6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영국 최고의 대성당이다. 원래 있던 건물은 1666년 런던 대 화재 당시 불타버렸고 현재 건물은 건축가 크리스토퍼 렌 Christopher Wren)이 잉글리시 바로크 스타일로 디자인해 1697년에 봉헌 되었다. 높이는 111미터, 길이는 158미터이며 그 중 68미터 높이, 직경 34미터의 돔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돔이라고 한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영국의 중세 시대부터 왕족들과 함께 역사를 같이 한 사원이라면, 세인트폴 대성당은 중세 이후부터 영국의 국민들과 호흡을 같이 한 성당이라고 볼 수 있다.

 

세인트폴 대성당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를 치르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우선, 세계인들의 기억에 가장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은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불렸던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의 결혼식이다. 그리고 넬슨 제독, 웰링턴 공작, 윈스턴 처칠 수상, 마가렛 대처 수상 등의 장례식이 여기서 치뤄졌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등극 25년, 50년, 60년 기념식이 여기서 열렸다. 이런 굵직한 행사가 치뤄지지만 일상 속의 세인트폴 대성당은 성도들이 매일 찾아와 미사를 드리고 기도를 하는 신앙의 장소이기도 하다.

 

종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대성당 정문 앞으로 걸어 갔다. 비둘기들이 날아 다니고 있는 가운데 성당 정문 앞 계단에는 수학 여행 온 학생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었다. 여기는 입장료가 있는데 어른 18파운드, 학생 16 파운드, 총 34 파운드를 냈다. 여기서도 역시 가방 검색을 받고 오디오 가이드를 하나 얻어서 귀에 꽂고 들어 갔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하고 숨을 멈출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당 내부가 펼쳐졌다. 어두컴컴했던 웨스트민스터 사원과는 달리 밝은 빛이 쏟아지는 가운데 금빛과 은빛으로 장식된 천장과 벽, 그리고 하얗고 까만 대리석 바닥이 환하게 성당 내부를 밝히며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오디오 가이드가 제일 먼저 가리킨 곳은 웨스트사이드 대문 (The Great West Door). 굳게 닫혀 있는 웅장한 검은 문이었다. 이 문은 왕족들이 올 때만 열리는 대문이라고 한다.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 비가 결혼식을 올렸을 때 이 문으로 입장했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던 그 성대하고 화려했던 결혼식이 기억나며, 풍성한 소매의 아이보리 웨딩드레스를 입고 안개꽃같은 베일을 드리운 채 수줍게 미소 짓던 앳된 다이애나의 모습이 떠 올라 가슴이 아팠다. ‘수십 년 전에 이 문을 통과했던 아름다운 황태자비는 이제 이 세상에 없고, 먼 나라에서 온 어느 이방인이 그 문 앞에서 그녀를 애도하다니 이 세상의 부귀영화도 다 소용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잠시 허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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