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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 카드의 아침 (Cape Cod Morning c. 1950)
08/12/19  

에드워드 하퍼 (Edward Hopper 1882 - 1967)

(캔버스에 유채  86.7 cm x 102.3 cm 스미스소니언 미술관)

 

일전에 화제가 되었던 한국 영화 한 편을 보았다. 돈과 권력을 가진 한국 사회 특권층의 탐욕과 위선을 보여 주고 평범한 사람이 그 특권층으로의 진입을 시도하면서 겪는 환멸과 파멸을 그린 영화였다. 여주인공이 유명 화랑의 큐레이터로 나오는데 어느 날 참석하게 된 화랑 고객 모임에서 특권층 사모님의 불평으로 가장한 자랑을 듣게 된다. 외국에 유학 중인 딸이 에드워드 하퍼가 좋다 해서 그의 작품 하나를 구입했다는 이야기였다. 살찐 사모님의 자랑을 듣고 있던 큐레이터의 얼굴은 어쩌다 진주를 하나 장만한 돼지를 쳐다보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에드워드 하퍼는 일찍이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조용히 오가며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미국 화가이다. 대중적이지 않았던 이유는 그의 그림이 포장이나 왜곡 없이 인간 존재의 비정한 조건을 가차없이 표현해 메마르고 냉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하퍼의 그림은 일반적인 의미에서 아름답지도 않고, 화면에 담겨진 이미지의 표의가 단순하지도 않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불편을 느낄 정도로 난해하게 다가온다. 그러다가 그의 그림에 익숙해질 때면 삭막한 건물 풍경, 기하학적 건축물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사람들의 무기력함, 빛과 그림자 속에 정지해 있는 시간 등 덤덤한 화면 속에 팽팽하게 존재하는 심리적 긴장감을 포착하고 미묘한 불안을 경험하게 된다. 그렇게 사람의 마음을 헤집는 불안감에 동참하며 화면 속 정지된 시간 속으로 빠져 드는 것이 에드워드 하퍼 그림 감상의 매력이라면 매력이다.

 

‘케이프 카드의 아침’은 푸른 하늘 위에 밝아 오는 빛을 바라보며 한 여인이 사각 창문 속에서 밖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장면을 그렸다. 아침이 밝아 오는 것이리라. 그 아침 속에 여인은 무엇을 기대하는 것일까? 다가 오는 하루를? 방문하기로 한 누군가를? 아니면 기약 없는 미래를 하염없이 응시하는 것일까? 그림 속에 시간은 명확하게 아침을 가리키고 있지만, 그 새날이 가져다 줄 아무 것도 암시되어 있지 않기에 희망적이지 않고 도리어 강박감이 느껴질 정도로 비장하기만 하다.

 

진지한 표정으로 밖을 내다보는 여인이 그림 속에서 영원히 그 창 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도 불편하다. 무난하게 펼쳐지는 스토리텔링 대신에 무언가 인간의 실존에 대해 비관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그림이다. 무조건 유명 화가의 그림이라 하퍼 그림 하나 거금 주고 덜렁 샀다는 부잣집 사모님을 불신의 표정으로 바라보는 영화 속 큐레이터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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