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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의 코펜하겐 여행기_16. 세인트 알반스 교회
08/19/19  

우리는 프레데릭스 교회를 나와 본격적으로 인어공주 동상을 향해 떠났다. 구글 맵에 의하면 걸어서 15분 내에 도착하는 거리였다. 에멜린보르 궁전 광장으로 다시 들어가 통과 한 다음 바닷가로 나가 랑에리니에 산책로를 따라 가도 되고, 프레데릭스 교회 바로 왼쪽으로 돌아 시내 길을 걸어 가다가 공원을 지나 랑에리니에 산책로를 만날 수도 있었다. 오후 2시가 지나니 벌써 날이 저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시내로 질러 가는 길을 택했다.

 

‘바닷가’에 대비하는 개념으로 ‘시내’로 불렀지만 고풍스런 벽돌 건물들이 가득 서 있는 한적한 길을 걸어가는 것이었다. 길 이름은 ‘Bredgade (덴마크어 앱으로 발음을 들어보면 ‘브레걸’로 들렸다)’. 걸어가는 사람은 없고 가끔 자전거를 탄 사람들만 지나갈 뿐인 깨끗하고 조용한 길을 지나가고 있으니 그 고즈넉한 풍경 때문에 마치 19세기 북유럽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가다가 큰 건물이 하나 나왔는데 ‘Medicinsk Museion’이라고 써 있었다. ‘의학 박물관’인 것으로 짐작했다. 건물은 여느 벽돌 건물처럼 큼직하고 평범했지만 의학 박물관이라는 것이 흥미를 끌었다. 재미있을 것 같아 들어가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다. 또 계속 갔다. 이번에는 ‘디자인 박물관’이 나왔다. 코펜하겐에 오면 꼭 가 보아야할 곳 중에 하나라고 들었다. 역시 오늘은 시간이 안 되므로 나중으로 미루고 또 지나쳤다.

 

길이 오른쪽으로 약간 꺾어지면서 호수를 끼고 자그마한 공원이 나타났다.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역시 사람이 별로 없다. 우리는 찬 바람이 쌩쌩 부는 호숫가를 주머니에 손을 푹 집어넣고 부지런히 걸어 갔다. 5분쯤 걸어갔을까? 눈 앞에 왼쪽으로는 ‘고딕 부흥’ 스타일 교회가, 오른쪽으로는 커다란 분수가 나타났다.

 

세인트 알반스 교회 (St. Albans Church), 일명 ‘영국 교회’이다. 코펜하겐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을 위해 1887년에 지은 교회로 영국 성공회 유럽 교구에 속한다. 영국인들은 덴마크에서 16세기 초부터 영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살았는데 당시 국교가 루터교였던 덴마크는 다른 종교 의식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서야 다른 종교 의식을 허락했고 성공회 교인 영국인들은 장소를 빌려서 예배를 드리다가 19세기에 이르러 자신들의 교회를 짓기로 했다. 당시 영국 왕세자와 덴마크 출생이었던 왕세자비의 도움으로 자금을 모으고 덴마크 당국의 허가를 얻어 세인트 알반스 교회를 건축하게 되었다.

 

뾰족한 첨탑이 높이 솟아 있는 교회 건물은 검은 돌로 장식해 흐리고 추운 날씨에 더 차가워 보였지만 주위를 둘러 싼 돌다리와 잔잔한 호수와 함께 전형적인 북구의 아름다운 교회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교회 사진을 보니 천둥 치는 하늘에 시퍼렇게 얼어있는 모습이어서 깜짝 놀랐다). 호수에는 또 백조가 떠 다니고 있었다. 다리 위에 잠깐 멈추어 백조가 떠 있는 호수와 그 건너 교회를 바라보니 동화 속 풍경이 따로 없었다. 음산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옛날 옛날에 백조가 떠 다니는 호수가 있는 작은 마을에 뾰족한 탑이 있는 예쁜 교회가 있었습니다……’라고 누군가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돌다리 위에 나란히 서서 우리는 호숫가에 그림처럼 서 있는 세인트 알반스 교회를 한참 바라 보았다. 교회 내부도 보고 싶었지만 역시 시간상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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