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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이졸데 (La Belle Iseult c. 1858)
08/19/19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1834 – 1896)

(캔버스에 유채 718 mm x 502 mm  런던 테이트 미술관)

 

왕자 트리스탄은 부모를 잃고 콘월 왕인 백부 마르크 밑에서 용맹한 기사로 성장한다. 백부의 아내가 될 미녀를 찾아 아일랜드에 가서 용을 물리치고 공주 이졸데를 데리고 고향으로 오는 도중에 백부와 이졸데가 마셔야 할 ‘사랑의 묘약’을 시녀의 실수로 이졸데와 함께 마시고 만다. 사랑에 빠진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백부인 왕에게 발각되어 도주하게 되는데 나중에 용서 받고 이졸데는 왕에게 돌아가나 트리스탄은 추방된다. 연인들은 서로를 못 잊어 다시 만나려 하지만 끝내 결합하지 못하고 둘 다 죽고 만다.

 

중세 전설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그 비극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문학, 음악, 미술 전반에 걸쳐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중세 전설에 깊은 관심이 있었던 영국 화가 윌리엄 모리스도 부인 제인을 모델 삼아 트리스탄을 그리워하는 이졸데를 그렸다.  특이한 것은 이 그림이 그가 평생 그린 유일한 인물화, 아니 구상화였다는 것이다. 이 그림을 마치고 나서 윌리엄 모리스는 자신의 길이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윌리엄 모리스는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옥스포드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후 19세기 라파엘 전파를 대표하는 에드워드 번 존스,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 등과 함께 ‘버밍햄 세트’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빅토리아 시대 문화를 대표하는 화가, 시인, 소설가, 번역가로 다방면에 걸친 활동을 펼쳤다. 나중에는 초기 영국 사회주의 운동을 이끌기도 했는데 영국에서는 ‘영국 미술과 공예 운동’을 주도했던 섬유 디자이너로 제일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직물과 화학 약품을 사용하는 염색 방식에 반기를 들고 전통적인 직조와 자연 염색을 지향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디자인 또한 나무와 꽃, 새와 곤충 등을 묘사한 자연의 이미지였고, 그가 자신의 기업 Morris & Co에서 생산한 직물, 가구, 공예품 등은 빅토리아 시대 유행을 선도했다.

 

테이트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보았을 때도 애절한 모습의 이졸데보다 그녀의 드레스, 침구, 카펫, 화장대, 커튼, 벽지 등에 온통 그려져 있는 무늬와 문양, 패턴 등이 눈에 더 들어 왔다. 윌리엄 모리스는 인물보다 디자인에 관심이 더 많았으므로 자연스레 디자인이 그림의 주제를 압도하는 결과물이 나왔던 것이다. 이 커다란 캔버스에 인물보다 무늬와 패턴을 더 꼼꼼히 그려 넣던 빅토리아 시대 천재를 상상하며 재미있게 두루두루 그림을 살펴보던 기억이 새롭다.

 

김 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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